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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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의 명암을 모두 겪은 일본은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에 주목했고, 이러한 흐름은 교육계에도 반영되었다.”

 

“1930년대 조선에 살던 아이들...” 중에는 내 조부모님들도 계셨다. 그분들이 어린이였을 때를 몰랐고 모를 것이라서 무척 떨리며 설레며 책을 열어 본다. 여러 이유로 감정적으로 읽게 될 글들이다. 국내 최초로 소개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




 

완전히 새롭게 만나는 세계를 담은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일제강점기라는 명명으로는 떠올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 어린이들이 - 그들 본인의 글 속에 가득하다. 생생해서 공기 냄새조차 맡아질 듯하다. 토끼 굴에 들어간 엘리스처럼 설레고 감탄하며 읽었다.

 

요약 기록된 역사가 아닌 글을 읽으며, 어린이라는 분류에도 갇히지 말자 상기한다. 지은 이를 한 명씩 만나는 기분으로 그 시절과 사람들을 만난다. 기록물과 책은 그 당시보다 지금 훨씬 더 많을 텐데, 그 시절 어린이들의 어휘가 어떻게 이렇게 풍부할까 놀랍고 부끄럽기도 하다.

 

문어체에서 구어체로의 이런 변환은 특히 어린이 글짓기에 있어서는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글에는 어린이들의 삶도 시절의 면면도 반영되어 있지만, 해설이 없었다면 짐작만 하거나 모르고 지나칠 내용도 많다. 흥미롭고 구체적인 역사 이야기들을 잘 풀어주어서, 아주 재밌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당시에도 아동 예술 운동이 있었고, “세계 아동 문학도 번역되었고, 11년간 10만 독자를 보유한 어린이 잡지도 있었다 - 방정환의 <어린이>. 현실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라서, “정치 운동의 한 방편으로 문예 운동을 하며 작품을 투고한 소년 문사들도 존재했다.

 

조선의 쌀을 헐값에 반출한 식민지 정책이 조선인만이 아니라, 일본 농촌 경제까지 함께 망가뜨린 결과, 사회상을 반영한 교육 사조가 농어촌 아이들의 투박한 노동성야생마 같은 생활력을 가진 굳센 아이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표창한 변화도 흥미롭다.

 

국가는 어린이들의 사회라 할 수 있는 학교를 통해 이상적인 아동상을 형성하려 했다.”



 

일제의 아동 교육 최종 목적은 결국, “순응하는 피지배자들을 만들어 위급할 시 스스로 목숨을 바쳐 황국의 번영을 위하는 것이었지만, 더 아픈 현실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공간인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계급에 속한 어린이들이다. 다른 한편에는 전쟁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근대 도시 문화를 향유하는 일본인 어린이들과 조선인 지배층 관료 자제들이 있다.

 

아동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전시 체제에 강제 동원되어 사망한 수많은 조선인 아이들 - 아홉 살 여자 어린이도 있었다 - , 제도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늘하고 따가운 소름처럼 어두운 슬픔이 지나간다.

 

이 아이들이 남기지 못한 기억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일본어도 조선어도 쓸 줄 모르던 아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어떤 생활을 했을까?”

 

이 시절을 살아남아 나와 만난 내 조부모님들을 떠올리고,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삶이 끝나버린 분들도 생각한다.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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