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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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목숨 중 하나, 그중에서도 이 세 번째는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홉 번이나 죽고 사는 고양이 주인공에, 아프고 슬픈 다른 죽음들도 많은 작품인데도, 생과 사의 풍경은 이런 거라고 대담하고 담담하게 힘을 내는 이야기다. 뜻밖에도 위계의 역전이 심해서 그게 또 유쾌하다. 고양이가 가장 멋지고, 인간은 늘 그렇듯 선악이 혼재된 면면으로 살고, 신은 참 어리석기도 하다.

 

인간을 불신하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동족 고양이들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던 쿠로(가칭)’가 북두당에 지내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이, 한여름 밤에 푹 빠져 즐기는 애니메이션 동화 같아서 기분이 노곤 노곤해진다. 전혀 순탄하지 않은 격렬한 변화의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열이나 이해득실 따위는 생각할 필요 없어. 북두당에 오면 말이지…….”

 

북두당 서점 주인인 마녀가 저주에 걸린 것 말고는 다른 능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것도 새롭다. 인간 손님 중에는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있지만,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곁을 지키고 위로하고 돕는 구성이 애틋하다. 어쩌면 현실의 집사들도 비슷한 관계로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쿠로라 불리는 고양이의 진명은 막강하다. 서점이 주공간이고 작가가 되려는 주요 인물이 있고, 여러 번의 생을 사는 고양이들이 함께 한 일본 작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본의 신화와 문화사를 잘 몰라도 재밌게 읽었지만, 잘 아는 독자들은 더 큰 재미를 발견할 듯하다.

 

내가 어떤 과거를 살았든, 다른 누가 어떤 삶을 살았든, 전혀 상관없어. 중요한 건 단 하나, 지금뿐이야.”

 

세상 모든 고양이를 다 아는 건 아니니,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고양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더 궁금한 건, 인간에게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보는 일이다. 추악한 면도 많지만, 인간만의 지성, 언어, 인생... 무엇보다 함께 만드는 삶과 사회.

 

인간이 가진 두려움과 동경이, 그래서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들은,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 모두에게 힘이 되기를... 여름밤의 색조를 구경하며 바라본다.

 

내 진명은 괴성이라고 해. 신의 지위를 잃고 추방당한 어리석은 자이자, 이야기를 지키는 책의 신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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