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찢남의 인생 정식
조광효 지음 / 책깃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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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조금 투박하긴 해도 체면치레하지 않는 솔직함, 냉혹한 현실에 자존심을 굽히지 않겠다는 꼿꼿함 (...) 나는 유독 힙합이 좋았다. 생각해보니 요리도 이런 게 좋다.”

 

전 회를 다 보는 드라마는 많아야 한 해에 한 작품 정도라서, 엄청난 흥행을 했다는 <흑백요리사>도 시청 전이다. 취향 중에서도 음식에 관한 것은 고유하고 사적인 것인데, 승패를 가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이벤트보다 루틴이, 요리보다 조리가, 일상으로 지속되는 삶에서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맛있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인간만이 하는 요리라는 행위와 문화가 지나치게 소란스럽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망설임과 기다림 대신 행동으로 옮기는 비범함 - 부럽다 - 을 지녔지만, 그 시간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친근해서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흔한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요리들이 좋다.

 

나는 취사병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조리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전문가가 무척 쉽게 휘뚜루 한다고 해서, 비전문가 독자가 재현하는 건 어렵다. 가능하면 채식이 더 좋고, 진한 양념이 잘 맞지 않은 입맛이라서 취향 차이도 적지 않지만, 덕분에 떡볶이를 두 번이나 만들었다.

 

고추장 양념을 좋아하지 않고 정제설탕 맛이 싫어서, 한국인이라면 모두 그리워하는 추억에 여전히 선호한다는 떡볶이에 대한 애호가 나는 거의 없다. 그래도 책 덕분에 만들어본 비건 떡볶이 두 종류를 맛보는 건 의외로 즐거웠다.

 

요리에도 영감이 필요하고, 책에서 발견하는 크고 작은 영감만큼 재밌고 반짝이는 건 없다.”

 

솔직담백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 에너지 덕분인 듯하다. 실화인데 너무 웃긴 내용 덕분에 크게 웃었으니 고맙기도 하다. 만화가 요리의 처럼 곁들어진 구성이 좋아서 탐나는 레시피들 - 차예단, 감자만두, 오이지 등 - 도 챙겨두었다.

 

저자가 기쁘다고 재밌다고 즐겁다고 행복하다고 거듭 적어두어서, 그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나도 기분이 폴폴 가벼워졌다. 누군가를 위해 부지런을 떠는 그 시간이 기쁘고, 만드는 과정이 재밌고 즐겁게, 주방에서 머무는 오랜 시간이 행복하고.

 

저자는 인생, 참 재밌다고 거침없이 전한다. 유쾌해서 좋다. 그 유쾌함에 버무려진 양념들이 모든 낯설고 두려운 순간들을 경험한 선택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참 좋다. 영상으로 만날 조광효요리사도 무척 반가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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