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그리고 치유 - 슬픔을 건너는 매일 명상
M. W. 히크먼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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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애도는 언제까지인지 모르겠고, 느닷없이 발버둥 치듯 솟는 슬픔에 대개 속수무책이다. 가만히 지나가기를 기다릴밖에.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절실한 가만한 위로를 만날 듯하다.

 

상실이란 보편적 경험이라서일까. 서문의 문장들부터 그대로 내 일기 같다. 안도감이 든다. 이런저런 증상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불안해하거나 겁낼 일이 아니라고, 아직 일상회복을 못한 어머니의 상태도 함께 위로해줄 듯하다.

 

, 울어도 괜찮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도 정말 괜찮다. 혼란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도 괜찮다.”

 

명사들의 위로 모음집이 아니라, 상실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고군분투로 적혀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편안하다. 책임질 일이 가득이라서, 좀처럼 마음껏 뭘 할 수 없는 나이대인 독자에게 구체적인 조언보다 낫다.

 

남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행위는, 그의 슬픔을 다독인 방식이 내 상황에 맞는 방식이 아니어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것이 글로 기록된 다정한 마음의 힘이 아닐까 한다.





 

물론 경애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는 반가움과 위안도 크다. 이전에 읽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구절들이 좋다. 책은 영원불멸이다. 완독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삶이 슬픔과 마주하는 일이 아닐 때까지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어떤 때보다 이런 아픔을 겪을 때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상례를 치르면서, 가족, 친구, 친지, 지인이라는 이유로 함께 해주려는 이들의 다정함을 제대로 실감했다. 첫날에만 3백 명이 넘는 문상객들을 맞느라 황망한 중에도 남은 상례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스멀거렸는데, 내가 뭘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상례가 어떻게든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언제나 있었다. 그 모든 마음이 거듭 거듭 감사하다.

 

이 책도 가만 읽다보니, 그 다정한 마음들과 닮았다. 슬픔이 갑자기 솟구치기도 하는 슬픈 이들에게, 어디를 펼쳐도 위로가 있는 책은 귀하고 고맙다. 차분한 초록 표지를 다시 본다. 자주 도움을 받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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