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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그가 아는 것이라곤 지금 자신이 뭔가 새롭고 중대한 일, 또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열린 문 앞에 서 있다는 것뿐이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정감 가는 주인공 캐드펠 수사에 집중해서 읽을 한 권이 시리즈 마지막이라서 섭섭함이 덜하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이야기를 오래 좋아했는데 시리즈가 끝나니 생각보다 허전하다. 주인공 이야기라서 다른 방식의 서사는 아니고, 이전 작품들처럼 추리를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무기를 가진 이들은 어르신의 일행뿐이었습니다.”
20세기 초가 배경이라고 해도, 살아가는 어려움과 갈등은 놀랄 만큼 유사한 면면이 있다. 그래서 캐드펠이 수사로서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단단해지는 서사가, 오늘날의 자유와 평화와 신념과 생존과 사랑을 환기키시며 곱씹게 만들어준다.
“옛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의 짧지만 진정한 열정이 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며 살아온 세월에 따끔한 통증을 안겼다.”
어떤 조건이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좋은 면”을 열심히 보는 이들이 있고, 때론 그런 이들이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한다. 영국적인 냉소와 현실적인 기대수준도 길게 보면 오래 가는 힘이 된다. 분노하게 하는 비극과 잔인함이 없는 작품이라서, 마지막 이야기도 차분하게 즐겼다.
다만, 사회적 자산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 계급과, 다양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의적 방식의 되찾음과 분배가 2025을 사는 독자에게 여전히 고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 시스템과 사회의 약점을 증명하는 듯해 살짝 씁쓸하다. 그럼에도 충분히 헤피엔드인 다정한 이야기들은 매번 안도와 힘이 된다.
“슈루즈베리는 자유민이 아닌 이들이 1년하고도 하루만 버티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자치구이기도 하지.”
종교인이 아니라서 나는 모르는 신앙심과 영혼의 문제, 그에 따른 기쁨과 안도를 문학을 통해 간접 경험해보는 것도 참 좋다. 늘 완벽하지는 않더라고, 정의는 대개 실현되고,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높고, 고통과 죽음은 줄어드는 그런 사회를 시대불문 바란다. 사람들 사이에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