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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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로 한 작품을 빨리 만나보게 되어 즐겁고, 정식 출간본에 여섯 편이 더 실린다는 것이 기쁘다. 중단편소설들이라 더위에도 문제없이(?) 집중 가능. 스토리텔링 대가의 첫 소설집, 설렘도 크다.

 

음반 밀조업자요. (...) 내 옆에 앉은 남자가 콘서트를 녹음하고 있습니다.”

 

밀조업자? 밀주도 아니고, 밀레니엄 전후 뉴욕에서, 숨겨진 채로 만들어지는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정말 상상을 못했다. 생각해보면 불법 녹음과 촬영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행해질 것도 같은데, 카네기홀이라고 모두 교양과 예의와 준법으로 완벽한 청중만 올 리는 없겠지만.

 

연주가 다 끝난 것이 아니라서 그 시점에 꼭 토미가 소란을 피워야했나 청중도 아닌데 무척이나 거슬렸지만, 오해일지 아니라면 무슨 사연일지. 대처하는 태도는 어떨지 긴장과 재미가 비례해서 상승했다. 동시에 열렬히 제 권리를 주장하는 성공한뉴요커 카네기홀 청중 토미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숫자로 비교되는 성공의 척도, 부와 권력 다음엔 문화와 취향이 계급을 확실히 구분 짓는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진짜 애정과 열정과 헌신은 오히려 밀려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파인씨의 사연 혹은 변명이 꼭 타당한 건 아니지만. 투자은행가 토미와 파인씨는 그리 다른 부류가 아니란 생각은 오독일까.

 

그건 바바라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거였소. 집에 돌아와 콘서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마치 아내가 아직도 여기 살아 있는 것처럼.”

 

자신의 성취와 성공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척도가 되어 완전무결한 자신이 누구라도 원칙에 따라 단죄가능하다고 여기는 태도는 폭력적인 빈곤한 사유를 드러낸다. 물론 한편의 연극처럼 생생하고 멋진 이야기가 단선적인 대립구도와 선명한 선악을 대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현실적이고 기시감이 드는 캐릭터들이 종종 무색하게 부끄럽게 만드는 다양한 인간의 약점과 부족함을 명시해준달까. 나는 모든 캐릭터의 대화 속에서 콕콕 찔리는 유사성과 위선을 느꼈다. 모쪼록 반복하지 말고 조금쯤은 지향하는 인간상으로 변화해주길 스스로에게 간절히 바라고 싶은 심정이다.

 

유쾌하게 신랄하고 상당히 짓궂고 속도감과 섬세함 모두를 갖춘 짜임새가 아주 마음에 든다. 덕분에 재밌게 읽고 한참을 복잡한 심정으로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었다. 이 첫 소설집에 실린 나머지 여섯 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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