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판타지에는 세상이 지금과 같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문화적 기능도 있다. 세상이 더 나아질 수는 없다 해고, 적어도 다른 원칙으로 운영될 수는 있다.”

 

판타지 문학은 사회과학 실험실과도 같다. 허구라서 상상이라서 더 강렬하게 농축된 작가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치밀하고 자유로운 세계. 의미를 전혀 몰랐을 어렸을 때부터 팬이다. 이 책 덕분에 판타지가 현실을 바꾸는 그 멋진 역할에 대해 이제야 정식으로 배워볼 수 있을 듯.




 

좋아하는 것에 관한 자발적 공부는 즐겁다. 지금 여기 말고 전혀 다른 세계로 의식을 휙 데려가주는 판타지 문학을 많이 좋아한다. 그 설렘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판타지 문학을 읽는 할머니로 살고 싶다. 이 책 한 권 읽기가 내내 즐겁고 줄어드는 만큼 아까웠다.

 

이 책은 어떤 판타지 문학보다 재밌고 설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전혀 과장하지 않음). 반백이 넘었는데 문학비평 에세이를 전공했어야했다 싶은 뜬금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호하며 읽었다. 원작과 번역의 힘에, 내용 자체의 충실함과 어렵지 않게 전달하는 필력이 경이롭다.

 

우리 자신과 우리가 지닌 (...) 문화적 DNA의 가장 오래된 가닥 중 하나는 예지적인 스토리텔링, 즉 판타지다.”

 

허구, 상상, 창작이 때론 더 깊은 진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자기계발서보다 소설이 때론 우리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힘과 시선을 준다. 문학을 도구로 쓴다는 명백한 의도가 없어도,톰킨스가 말하는 문화적 작용은 문학을 통해 권력과 가식, 불의와 무지를 탐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인간의 활동과 그 산물은 의도가 가장 크게 그 쓰임을 결정한다. 기존의 판타지 문학이 소년 영웅과 백인 구원자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한 건 사실이고, 그 점이 지겨운 독자도 많겠지만, 정치와 만나는 지점으로서 자기 발견과 사회적 변혁을 다루는문학 공간은 역시 판타지다.

 

우리가 정체성이라고 인지하는 것, 세상에 체계를 부여하는 것, 현실에서 경험을 통해 대비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불가능한 모든 차원의 정치적인 것은, ‘이야기를 통해서만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읽는 내내 관련 주제에 관한 유쾌한 확인과 든든한 배움을 얻었다.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한 책.

 

그 어떤 스토리도 이 모든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우리 스스로에게서 우리를 구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스토리가 없다면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을 희망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