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번째 여름 (양장)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창비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입니다.

 

꽃은 죽여도 이미 온 여름은 저물지 않아.”

 

뜻밖에 아담한 양장본 소설을 며칠에 걸쳐 읽었다. 작가가 작품 세계를 아주 정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고, 전하려는 메시지를 촘촘하게 눌려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몇 쪽을 읽고 쉬며 문장을 곱씹고 인물들을 더 헤아려보려 애썼다.

 

폭력과 가해가 일상인 현재를 보나, 전쟁이 없었던 시기가 거의 없는 인류사를 봐도, 평화로운 미래라는 낙관은 망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문학에서 만난 미래 세계가 여전히 계급적, 차별적, 폭력적인 것은 매번 아릿하다.

 

참 더웠다. 거짓말을 할 때도, 진실을 말할 때도 여기에는 온통 더위뿐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라는 어떤 변화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노력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대부분의 경우 노력의 결과는 좌절이다. 이 진지한 작품은, 생존이 이토록 기나긴 치욕이라는 것을 참 차분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이록의 고민은 현실의 많은 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두렵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알면서 저항하지 못하는 것, 떠나지 못하는 것, 너무 오래 고민만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쓰임새가 있기를 소망하는 것.

 

원래 세상 모든 것은 서로를 보완한단다. 그러니 거창한 행복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시시한 일상이야.”

 

가장 강력한 동력은 욕망일지라고, 가장 간절한 동력은 이번에도 사랑이다. 드물고 작고 증오보다 소란스럽지 않아서, 그 아름다운 무늬가 만들어낸 세상은 속삭임처럼 전해지고 빨리 잊히기도 하지만, 소멸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복잡한 뇌 시스템을 진화시켰지만 자기 자신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집단생활이 생존에 필수인 생물학적 존재이나, 타인과의 소통에도 능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가장 확실한 의사전달 수단은 역시 언어이다.

 

언어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해석하는 것.”

 

읽으며, 내가 사용하는 언어, 사회에 유통되는 언어, 권력자들의 언어를 생각해보았다. 이기고 죽이고 쟁취하자는 데일 듯이 달궈진 흉기가 남발한다. 우리의 일억 번째 여름도 지나면 선선한 가을이 올까. 인류는 생존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