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랐던 이웃들의 경이로운 능력과 아름다움

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우리는 경이로운 세계로 뛰어들어 관대하고 지성적이며 정확하고 익살스러운 그의 열정, 즉 물고기*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결국 우리는 오로지 물고기 이야기만 나누었다.”

* 다른 생명체를 인간의 식재료로 보는 명칭은 거북하다. 언젠가 ‘물고기’가 아닌 번역어가 일반화되길 바란다.

저자의 전공인 생물물리학이란 분야가 있는 줄 더 일찍 알았다면 행복하게 오래 공부만 했겠다고 생각했다. 조류를 무서워해서 높이 나는 새들만 오래 보곤 했는데, 어떻게 부딪히지 않고 무리를 지어 나는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연구 결과가 있었다.

저자는 물고기의 움직임을 물리역학으로 계산했다. 매질이 다르고 - 공기와 물 - 생물종이 다르다는 점에서 몹시 궁금하고 신기했다. 그렇게 설레며 펼친 책은 프랑스 작가의 글답게(?) 들어서는 내용부터 독보적으로 재밌다. #최고

화자들은 바다생물들이고 대화가 인간이 아주 조금 밝혀낸 바다 생물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다.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 소리 내어 가족들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넘기지 말고 다 읽으시길. #강추

인간의 아이만이 아니라 치어들도 헤엄이 어려워서 계속 배우고 또 배운다는 점이 짠했고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대양에서 최적의 항로를 찾는 건 설명할 길 없는 신비다. 다른 존재들의 능력에 대해 인간적 오해들은 얼마나 많을까.

살아있는 한 춤을 멈출 수 없는 저주처럼 살아있는 한 - 잠을 자면서도 - 헤엄을 쳐야 호흡이 가능한 다랑어 이야기도 강렬하다. 잘려진 살 단면이 나무 나이테와 닮았다고 언젠가 생각했는데, 두 종 모두 치열함이 닮았다.

“향유고래의 조상은 우제류(땅에서 살아가는 영양 비슷한 동물)인데, 향유고래는 5000만 년에 걸친 진화 끝에 전문 잠수부로 살아가는 종이 되었다.”

그리고 기억나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고 친밀하게 여기는 고래 이야기. 여러 해를 꿈속에서 같은 고래를 만나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어서, 혹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해서, 서럽게 울곤 했다.

향유고래가 한번 호흡할 때마다, 폐 속 공기 중 90%를 새로 교체할 수 있고, 잠수할 때 심장 박동을 자유자재로 조절해서 늦출 수 있고, 최대 2250m까지 잠수하며, 7kg의 뇌는 음향 렌즈 시스템과 수중 음파 탐지기를 활용한 음향 정보 처리에 최적화되었다는 것 등등, 멋진 이야기가 가득이다. 잠수도 안 했는데 읽는 동안 내 호흡은 가빠지기만 했다.

우주보다 더 아는 게 없다는 해양에 대한 멋진 책을 만나, 모르던 생물들과 정보를 한 가득 선물 받았다.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장수하고픈 욕망이 강해진다.

빙산의 일각만큼만 소개할 수 있어 안타깝다. 많은 이들이 과학적으로 엄밀하고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이 책을 읽으시길 바란다. 우리도 함께 살고 있는 지구라는 운명공동체로서 생태계에 대해 관심과 사랑이 늘어나기를 소원한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은 생명의 가장 큰 비밀과 모든 생명의 먼 기원을 간직하고 있는 이 소중한 장소를, 심지어 그것들이 발견되기도 전에 사라지게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