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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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나 배움에 목말랐던가 돌아보면, 조금 더 넓은 세계를 알고 싶었는데 그것이 그러나 지식만은 아니고 어떤 다른 삶에 대한 갈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낳아 주셨으나 생일이면 어린 시절 키워주신 할머니가 늘 그립다.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들에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 다니던 내가 있다. 기억 속 계절은 늘 화창하고 안온하다. 눈이 왔던 날들도 따스하고 다정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것에 붙여주고 싶은 이름이 아닌가 (...)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것에다 붙인 이름일 것 같다는 생각이 괴테가 저에게 내리게 한 결론입니다.”

 

첫 일독을 마친 책을 생일에 다시 펼쳐 읽는다. 미사여구와 현학이 없는 학자의 육성 같은 문장들이, 생전에 듣던 내 할머니 말씀 같다. 감정도 기분도 부대끼던 20, 원칙과 기본에 대한 조언만 늘 주시는 것이 갑갑하기도 했는데.

 

제가 소망하는 건 다만,

제 존재에 가치를 두는 참 많은

친구들에게 차후에도

기쁨이 되고 유익하게 살겠다는 것뿐,

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괴테

 

전영애 선생님의 어머님처럼 내 할머니도 국공립사립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 긴 밤 한글 가사(歌辭) 문학을 두루마리 속에서 꺼내 읽어주시고, 한자를 훌훌 적으셔서 어릴 적엔 그런 줄 몰랐다. 몰라서 어떻게 익히셨는지 물어본 적이 없어 그 이야기가 아쉽다.

 

배움은 꼭 나눠야 합니다.”

 

몇 해가 더 지나면 내가 태어나던 해의 내 할머니 나이가 된다. 기본도 상식도 지켜가며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충격과 아픔 속에 거듭 배운 나이가 된다. 왜 그렇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들을 거듭 되새기라고 하셨는지 이해한다. 인간은 놀랍도록 망각에 능하다.

 

작은 일 하나부터 바르게 선택해갈 때, 정말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사회를 지켜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굳게 세우고 또 세상을 살만하게 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할머니처럼 올곧게 자신을 잘 추스르며 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대단한 일은 못하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자는 생각만은 포기하지 않은 스스로에게 안도한다. 게으름과 외면에 지지 말자는 다짐을 생일소원으로 삼는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해나가며 사는 것이지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지금 줄 수 있는 도움을 주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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