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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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단지 나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남을 뿐입니다. (...) 어떠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참 다정한 책이다. 부친의 사망진단서를 건네주며, 아주 많은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고인이 고통 없이 편안히 가신 것을 볼 수 있다고, 위안의 말을 건네던 고마운 의사선생님이 다시 생각났다.

 

탈상이 무용해 보이는 상주의 심정으로 힘들고 복잡한 감정을 껴안고 사는 중이라서 공부가 하고 싶지만 책에서라도 죽음을 만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용기를 내길 잘했다. 부친의 사망과 상례를 겪으며 경험한 과정들에 합치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덕분에 다시 이해하고 일부 정리가 된다.

 

죽음이라는 숙제는 오로지 나만이 풀 수 있다. 하지만 옆에 누군가가 있고 없고는 삶의 엔딩을 또 다른 쪽으로 쓰게 한다.”

 

나는 비교적 젊은 20대에 유서쓰기, 장기기증 등에 관심이 있었고, 미리 등록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찾아 해두었다. 이 책에도 사례와 함께 잘 소개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까지. 그래도 늘 준비가 부족한 기분이라 불안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남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환자들을 마주하다 보면 치료의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둘러봐도 현재 더 준비할 것이 없다 싶으면, 종교도 없으면서 기도하는 심정이 된다. 부디 필요한 말, 해야 하는 말, 하고 싶은 말을 더 열심히 전할 수 있기를. 부디 존엄성을 지닌 채 죽음을 맞을 수 있기를.

 

한국에서 죽을 권리는 없다. 여기서 죽을 권리는 적극적 안락사를 말한다.”

 

책을 읽은 덕분에 논쟁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례와 주장과 고심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당위가 아니라 현실의 형편을 섬세하게 살펴서, 인간의 죽음이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연결된 사람 관계처럼 죽음도 끝이 아니다. (...) 당신의 아름다운 작별 인사는 무엇인가.”

 

두려움과는 달리 행복한 공부를 했다. 이토록 다정하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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