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무래도 내가 너를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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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에는 익숙하지만, 정신도 기분도 다잡고 멀쩡하게 살아가는 것에도 익숙하지만, 공황이 코앞에 다가온 듯 심장이 뛰고, 아무 데서나 광광 울고 싶은 심정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올 해는 특히 더 그렇다.

 

병마(病魔)와 사별과 간병과 양육과 살림과 업무의 좁은 틈 사이에서 살아가는 매일이 체력도 정신도 녹슬게 한다. 어느 순간 바스스 부서져서 사라질 것만 같다.

 

특히나 실패한 내란 수괴와 주동자들을 구속 처벌도 못하고 지나는 매 시간은 불안과 고통을 가중시킨다. 집중이 어려워서 자꾸만 SNS를 뒤적이게 되니 더 괴로웠는데, 책이 도착하니 향이 퍼지고 고단한 정신은 그 향에 달라붙는다. 비로소 차분히 안정이 된다.



 

책 자체에도 향이 스며있고, ‘사랑꽃 향 갈피에도 향이 난다. 한 장씩 넘겨가며 읽으니 손가락에도 향이 물드는 듯하다. 향이 진하면 불편한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거북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몇 개의 시를 천천히 다시 읽는다. 이제는 익숙해진 향이 가만 읊조려보는 시구들과 함께 내 기억의 공간으로 들어온다. 호흡도 편안해지고, 덕분에 불안이 가라앉는다.

 




<잠시향>으로 처음 만난 한서형 작가님이 만든 향이 반갑고 고맙다. 부친상을 당했을 때 친필 시를 써서 액자로 보내주신 나태주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두 분이 문답을 주고받은 책 말미의 몇 장도 고운 시들처럼 다정하게 들린다.

 

아직 손끝에서 향이 희미하게 난다. 오늘은 이 향기시집을 가까이에 두고 잠을 청할 것이다. 시처럼 향처럼 곱고 아름다운 일들이 늘어나는 날들을 희망하고 상상하면서. 운이 좋으면 그런 꿈을 행복하게 꾸는 선물 같은 밤을 바라면서.

 

12월이란 갖가지 생각을 더 복잡하게 하고, 때론 무척 힘든 기분이 들게 한다. 짐작보다 힘이 센 향이라서 더 좋다. 불안하던 정신을 붙잡아주다니. 시집과 향 모두를 즐기시는 이들에게 선물로 드리거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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