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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평점 :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룬다는 멋짐, 물리학(광학)책 선물 받아서 설렜다. 인간의 시력은 대단하진 않아서 ‘가시(可視)’광선 스펙트럼 내에서만 ‘볼 수’ 있다. 볼 수 없는 ‘투명함’을 연구한 내용을 만날 생각에 울울한 기분이 청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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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건 획기적인 것보다 차근차근 협업한 내용이 더 많은 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상기했다. 광학을 배울 때의 내용들이 무척 상세하게 소개되고, 그 당시 교과서보다 재밌게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반갑게 읽으면서도 자꾸 웃음이 났다.
입학을 했을 때도 그랬다. 선택 옵션과 자율도 거의 없었지만, 대학교 1학년 1학기 첫 수업시간표를 짜고 나니, 고등학교 수업 시간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신입생이란 분위기에 들뜬 정신을 곧 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고전물리학 - 뉴튼역학 - 을 복습하고, 수리물리학으로 물리적 의미를 잃을 정도로 수학문제를 풀면서 살다가, 광학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낯섦에 얼떨떨했다. 물리학자처럼만 생각하는, 내내 같은 옷만 입는, 진도가 늦으면 저녁 식사 후 보충수업을 지칠 때까지 하시는*, 그런 교수님들과, 만점도 없는 시험을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까지 치르는, 5문제 풀이답안지가 10장이 넘는, 수업만 듣다가 보니 산뜻한 가벼움이 놀라웠다.
* 그 저녁 수업 들으러 가다 우리학교 물리학과 야간도 있었냐는 타학과 학생들의 질문도 받았다. 원서 물리학 책 한 권도 요즘 벽돌책보다 서너 배는 더 크고 무겁다. 그러니 배낭, 운동화, 포니테일로 착장하고 이동할 밖에...
그야말로 빛의 학문(광학, optics)은 실험시간에도 우리를 웃게 했다. 실험복이 허술해서, 레이저 실험하다 시력을 다친 동기도 있었지만, 눈앞의 세상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듯, 광학은 빛에 관한 놀라운 것들을 알려주며 새로운 눈을 작창 해주었다.
이렇게 향수를 느끼며 읽다가, 나는 몰랐던 광학과 물리학자들의 역사를 읽게 되어 이번에는 일단 크게 웃었다. 이렇게 진지하게 투명인간,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단 말인가... 착시와는 또 다른 ‘투명함’을 가능하게 하려는 갖가지 이론의 활용과 실험이 경이롭다.
좀 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투명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나, 이 책에 정리된 수많은 자료를 볼 때, 문학에서도 이렇게 추구한 ‘남들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이 인간이 관계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절감하는 피로감 같아서, 은밀한 욕망을 확연히 본 것 같아서 애틋했다.
이 책은 충실한 광학 소개서이자, 역사서이자, 투명함에 대한 진지해서 웃기고 어쩐지 짠한 실험 기록서이기도 하다. 아주 재밌게 읽었다. 모르던 것들을 많이 배워서 즐거웠다. 관련 문학 작품 자료도 완전 반갑다. ‘빛’에 관해 과학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들, 광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품격과 신뢰와 재미 모두를 갖춘 최적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