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 공감부터 설득까지,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
정문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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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logue: 고대 그리스어 dia(통과하다, 사이로)logos(, 말씀). ‘말을 통과하다’ ‘사이로 말하다말이란 서로를 통과해서 나간다.

 

연습, 실전법, 실용적인 팁들... 이라니 기대가 크다. 휴일이 끝나고 나면 당장 써먹을 일이 한 가득일 테니.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그럴 수 있길 바라지만, 매번 어려운 일이다.

 

불쑥 포기하고 싶어지면 말 자체를 안 하고 싶다. 그러니 다시 배워야지. 나이가 들수록 지금 부족한 면면이 점점 더 나빠질 거란 예감이 든다. 책을 읽는 건 어쩌면 아직은 그런 퇴행에 저항하고 싶다는 의지일거다. 오늘은 다정하고 차분한 이 책에 의지해본다.

 

우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명확하면서도 날카롭지 않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정하지만 만만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하기에만 모든 문장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글쓰기와 교차되고 비교되고 병렬적으로 함께 설명되는 것이 뜻밖이고 재미있다. 강의를 편안하게 잘 하는 저자라서 책 읽는 시간도 긴장이 덜 하고 편안하다.

 

덕분에 말보다 글이 편하고 - 여러 가지 이유로 - 말보다 글이 더 중요하고 유용하다고 느끼는 나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글처럼 말도 차분하고 더 친절하고 감정이 한 차례 정리된 방식이면 대화의 변화가 짐작보다 클 것이다.

 

진심을 담아 고유의 목소리를 전달해서 공감을 얻어내는 능력이란 인간적 가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자질이니까요. 그야말로 대체하기 힘든 인간다움이니까요.”

 

글이나 말이나 제대로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같거나 유사하다. 어휘력은 물론이다. 며칠 전 우연히 친구로 보이는 4명이 진짜, 짱이다, 대박, 찐이네의 표현을 돌림노래처럼 이어하는 것으로 공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언어적 표현 - 표정, 몸짓 등 - 도 중요하지만, 덕분에 그 네 가지 표현은 안 쓸 결심을 했다.

 

저자의 의견과 설명으로만 이어지지 않고, 한 주제의 끝에 관련 팁을 주는 구성이 좋다. 도움이 되는 책의 목록을 읽다보면,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잊어버린, 읽기 전인, 책들이 기억나서 잃은 기억을 찾은 듯 기쁘다.

 

실용적인 글쓰기를 하는 저자는 흔히 가치 있고 의미 있고 긍정적인 것들이라 여기는 태도 - 공감, 자기중심성 등 - 의 함정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해준다. 세상엔 쉬운 일이 참 없다는 생각도 들고, 진심만으로 부족한 관계와 사회가 버겁기도 하지만, 그래서 잘 알아차리고 알려주는 책이 귀하다.

 

위로의 핵심은 디테일한 표현력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루한 표현이라도 쌓이고 쌓여 언젠가 연결되길 바라는 간절함에 있습니다. (...) 뻔한 말로라도 위로해주고자 하는 진심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사람에게 반드시 가닿으니까요.”

 

상대와 나를 함께 높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려는 의지이기도 한 호칭의 문제, 비폭력대화의 핵심과 방식을 고민하고 연습하고 실천하는 것, 상대와 나를 존중하고 존엄을 지키면서 싸우는 방법, 막상 상황이 닥치면 쉬울 리는 없지만, 누구나 배우고 익혀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격려가 다정하다.

 

제안하는 방법들 중, 내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연습과 실천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남이라는 걸 잊지 말고 부정하지도 말고, 초능력이 없으니 꼭 말로 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고, “일일이 하나하나 말해야정확히 전달되고 이해된다는 것도 명심하고.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예를 많이 들어주어서, ‘그래, 해보지 뭐하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동기가 생긴다. 곧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할 휴일의 오후에, 위로와 의지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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