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주영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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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지만 못하는 것들이 있다(아니 많다). ‘지금 아니면다른 때도 기회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게 삶이라는 걸 다 알지만, 그래도 하지 않거나 포기하는 일들은 적지 않다. 나는 특히 더 그렇다. 젊을 때는 좀 더 행동력이 있었는데.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혼자라서 쉬울 때도 있고, 혼자라서 어렵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함께 신나서 같이 하는 파트너가 있는 것이지만, 그건 아주 드물게 운 좋은 기적 같은 일이다.

 

제목이 매력적이고 교훈적이기도 한 이 책의 저자와 그의 파트너는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었던 부러운 이들이다.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에 대한 빠른 확신을 가졌고, 동의한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1년 동안 세계일주를 떠났다.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참 많은 것을 배웠던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길 위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만들었습니다.”

 

오래 전 독일에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대학졸업 후 바로 입사를 했으니, 일단 6개월 여행을 하고 그 후에 일을 시작하겠다고 한, 그날의 충격과 부러움이 떠오른다. 한국사회에선 상상과 제안이 없는 삶의 방식이라 아직도 부럽다.

 

물욕도 별로 없고, 다사다난한 삶이 버거워서, 요즘엔 부러운 게 거의 없는 편인데, 여행은 아주 많이 부럽다. 이후 제주살이, 사진작가 작품활동, 여행인문학 강의, 지속가능한 여행을 연구하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여행기는 (...)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색깔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도전이었고, 그 도전이 현재 우리 부부의 색깔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젊어서 대책 없이 낭만적으로 저지른 일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교육기간으로서 특정 대학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세계에서 배운 것을 기록한 내용을 보면, 그런 선입견이 곧 부끄러워질 법하다. 세심한 주의와 구체적인 팁이 예전에 정말 별 생각 없이 여행 다니던 시절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여행이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모르던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우정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 보면서 선입견과 편견과 적대감을 버리게 되고, 사람들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늘 운이 좋았던 내 경험 한정에서 비롯된 생각일 수 있으나, 세상에는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어디나 있다. 기꺼이 서로 돕는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이런저런 단순한 이유로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미워지지 않는다.

 

나는 나름의 이유로 원거리 여행을 중단했지만, 내가 사는 공간이란 것은 아주 협소한 것이니, 여행은 많은 종류일 수 있다. 나와 접점이 없었던 사람들을 만날 기회 역시 새로운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사진들이 무척 사랑스럽고, 기록이 정성스럽고, 그저 따라 읽는 것만으로 날씨도 계절도 상관없이 그들을 따라 잠시 여행해볼 수 있다. 특별하고 호화스러운 관광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떠나려는, 떠날 이들이 반갑게 읽고 든든하게 채울 이야기가 담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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