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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산꾼의 등산 이야기 - 100대 명산 그랜드슬램을 넘어 산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진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2월
평점 :
오래전 농담처럼 친구가 보는 스포츠도 싫고 하는 스포츠도 싫다고 해서, 그럼 읽는 스포츠가 좋은 거냐고 놀린 적이 있다. 산행에 관한 한 몇 해 동안 하기보다 읽기를 더 많이 했으니 그 놀림은 이제 내 몫이다.
며칠 전부터 무책임하게 다 놓고 훌쩍 떠나고 싶은 병에 걸려서, 불온한 상상을 즐기는 중이다. 현실의 해법이라면 주말 산행이 답이 아닐까 해서, 오랜만에 등산화를 꺼내봤더니, 어쩐지 신으면 부서질 듯한 분위기다.
어쨌든 산책 같은 산행이라도 시작해보자고 생각하는 지라, 또(?) 산행 이야기를 읽는다. 오랜 산행을 꾸준히 성실하게 하신 분이라 이야기도 체계적이고 풍성하고 기록을 위한 사진 자료도 많다.
무엇보다 목표 지향 산행과 관계 지향 산행으로 크게 구분한 점이 새롭다. 목표 지향형 인간으로 살았지만, 그렇게 본격 산행을 못할 것 같고, 산행에서마저 관계를 지향하고 싶지도 않으니, 나는 내 길을 적절히 새롭게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간질거리는 동기부여가 된다.
“수립한 지표는 산악형 국립공원, 1,500m이상의 봉우리, 도별 최고봉, 100대 명산의 정상에 오르고 주요 종주코스, 주요 둘레길, 그리고 대산, 정맥, 지맥 등의 산경표 산줄기를 타는 것이다.”
한반도 지도를 보고 산을 확인하며 등산한 적은 있어도, 100대 명산*이란 구분은 처음이라, 새삼 산이 많은 지형이구나 싶다. 이후 점점 추가되어, 총 344대 명산이 선정되었고, 별도로 1,338산이 발표되었다.
* 2002년 발표된 산림청, 2004년 발표된 한국의 산하 사이트의 목록이 국내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
만약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둘레길도 좋을 듯하다. 다행히 소개가 잘 되어 있고 나도 둘레길을 본격적으로 걷지는 않았으니 무척 흥미롭다. 다만 길이가 만만치 않다. 처음엔 목표를 세우지 말고 느긋한 기분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16년 코리아둘레길을 조성한다는 뉴스를 처음 보았다. 서울부터 시계방향으로 DMZ 평화의 길(530km), 해파랑길(750km), 남파랑길(1,470km), 서해랑길(1,800km)이 조성되었다. 4개 길은 이어지게 되어 있으며 총연장 4,500km로서 산티아고 800km의 5.7배에 달한다.”
“2026년 개통을 목표로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한반도를 횡단하는 동서트레일 849km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완료되면 코리아둘레길과 함께 ‘날 일’자 형태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당연히 지리산 종주, 설악산 종주, 백두대간 등 메인 장거리 종주 산행 정보다 자세히 담겨 있다. 산행 관련 책과 만화책, 영화와 다큐멘터리, TV프로그램, 예술작품까지, 저자의 산에 관한 애정과 지식을 한 권으로 한가득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