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눈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기술
잭 챌로너 지음, 변정현 옮김 / 초사흘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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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은 감각senses을 이용해 인간이 얻은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법칙을 찾고 이론을 만드는 학문입니다. 물론 인간은 자신의 오감을 확장할 도구들을 계속 만들어서 감각 기능을 키웠고 그 결과 원래라면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만났습니다.


원제가 멋집니다. Seeing science 과학의 눈으로 본 세계의 풍경들, 신기하고 새롭고 놀라울 것이 분명하니 책을 펼치는 손끝까지 설렙니다. 과학 사진 전시 도록처럼 작지 않은 판형에 묵직함만큼 가득한 사진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반추해보면 사려 깊지 못한, 무지한 차별주의자 같은 대화였지만, 어릴 적 친구들과 감각 중 무엇이 사라지면 가장 두려운가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란 공통점 때문이었을까요, 모두 ‘시각 상실’이 가장 싫다고,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종종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 (그리고 나에게) 시각은 왜 중요하고 어떤 의미인지.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자신이 속한 환경과 상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 중 인간은 시각에 왜 집중하고 의존하는 지를 배우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미지가 그토록 강렬한 이유 중 하나는 이미지에 포함된 정보가 ‘병렬적으로’ 동시에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 이미지에는 (...) 많은 세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우리 뇌는 이 모든 것을 놀랍도록 빠르게 해석한다. (...) 이미지는 매우 효율적이고 강력하며 두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시각을 우세한 감각으로 여긴다.”


인간이 이룩한 것에 비해. 태생적으로 가진 감각 능력은 실은 별로인 인간은 제한적 감각의 세계 속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가시광선’이라 부르는 인간중심주의적인 표현은 세상에 존재하는 빛에너지중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표현을 바꾸면 인간은 그 범위 밖의 다른 모든 것을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작은 것도 큰 것도 먼 것도 어두운 것도 너무 밝은 것도 볼 수 없습니다. 신기한 점은 볼 수 없어도, 인간은 상상하고 추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인지 몰라도 상호작용하는 힘이 있다면 그 존재가 거기 있을 거라고 계산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행성과 별을 찾아내고 우주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이 책에 아름답게 담긴 이미지들(그림, 사진, 그래프 등)은 모두 그 기록물들입니다. 오래전 배운 물리학적 의미는 같지만,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답게 구현된 이미지는 새로 만나는 세상을 처음 보는 것처럼 강렬한 감동과 충격을 줍니다. ‘시각화’된 세상의 이미지는 힘이 셉니다.


파리를 무서워하고 모기를 경계하지만, 작은 날벌레들을 죽이지 않으려는 제 태도는 생물학을 전공한 친구가 현미경으로 보여 준 작은 벌레를 ‘목격’한 충격 때문입니다. 맨눈으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모습은, 현미경 렌즈 속에서 어느 신이 공들여 완벽하게 디자인한 존재로 보였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고, 과학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분들은 아는 내용들을 상기하며 재밌게 이미지들을 탐닉할 수 있는 아주 맛있는 초콜릿 같은 책입니다. 또한 과학이 사용하는 수학 언어가 너무 싫어 기피한 분들은 괴로운 시기를 다 잊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느 이미지에 오래 머물러도 좋을 고품질의 대량 정보를 품은 자료들입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솜씨를 부려 차려낸 눈부신 일품요리들의 향연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는 동안의 내 뇌를 MRI 촬영하면 엄청난 도파민이 분비되는 활성화 양상을 보일 듯합니다.









100여개의 보이지 않던 세상을 새롭게 만나고 나면, 1000여개의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상상이 여러 갈래의 길을 내어, 인류가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 평화롭게 공존할 미래를 만들어 나가게 되면 좋겠습니다. 과학과 예술이 함께 연대하여 그런 지향aim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소개글이나 2차로 촬영된 이미지보다,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시면 좋을 시각화 자료들입니다.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며, 거듭 배우고 더욱 익숙해지면 좋을 과학 자료들이기도 합니다. 소장을 추천드리는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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