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K-포엣 시리즈 36
송경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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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시카고 도심 빌딩 사이 작은 틈바구니에

때 전 모포 한 장을 둘러쓰고 있던

내 또래 흑인 사내 하나와

그가 껴안고 있던 작은 아이들 둘

멈춰 선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그들의 아득한 저녁 [세계의 중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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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도 겁쟁이도 되지 않겠다고 했던

미얀마 시인 켓티는

202158일 쿠데타군에 끌려간 다음 날

살해당한 채 노상에서 발견되었다

 

쿠데타군은 그의 시신에서

심장을 떼어내고 버렸다

켓티는 생전에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걸 모른다고 썼다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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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내세요! 라는 오래된 갑골문자

거룩한 것들은 왜 모두

아프거나 가난한가 [눈물 겨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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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종말과 파멸의 주범은

(...)

진실과 오랫동안 비대면해온

인간 스스로이다

우리가 끝내 우리의 유한한 삶과

무한한 세계에 대한 영원한 무지에 대해 인정하고

한없이 소박해지지 않는 한

 

도미노처럼 쓰러져가는

세계의 재난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파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대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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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자. 그런 말은 또 한 번 써줘요.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빠지면 안 됩니다.” - 조세희 선생님의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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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그을 문장보다

부둥켜안아야 할 일이 많았고

미문과 은유는 쓸 틈 없이

직설의 분노만 새기며 살아왔던

내 삶의 서재는 [내 삶의 서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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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자기 검열이라고 한다지

이러다가 사람이 미치고

이러다가 사람들이 알아서 체제에 순응해간다지

이러다가 언론출판결사표현의 자유가

모든 자율과 창의가

맹탕이 되기도 한다지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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