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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평점 :
벨 훅스를 만나고 기억하게 된 계기는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다. 제대로 된 입문서를 쓰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하니 그의 사상도 실천도 신뢰하고 존경한다.
이 책은 벨훅스 사상 지형도를 알게 해 줄 거란 기대를 한다. 언급된 저작들을 모두 읽기 전이지만 폭넓은 안내를 통해 이해하고 읽는 것도 좋은 공부법이라 생각한다. 먼저 일독하고 책모임을 만들어 재독하면 더 좋을 책이라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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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쓰인 그의 문장들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인 우리들의 경험 속에서 되살아났고,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지닌 일곱 명의 각기 다른 관점은 벨 훅스의 글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서로의 등불이었다.”
벨 훅스가 21세기 여성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처럼 등장하고 연결되는 내용에 에세이 모음집인 것처럼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모르는 이들의 경험이 내 삶의 어느 시기와 조우하며 상기되고 다시 아픔을 전하는 읽기라서 특별히 더 좋았다. 그땐 언어로 구체화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을 글로 만나는 일은 치료와 회복의 과정 같기도 하니까,
“이론은 지적 유희나 호기심 충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상처와 고통을 주는 이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치유의 역할을 한다고. 이론은 개인의 경험과 서사에서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이론은 고통에 언어를 부여한다. (...) 이론은 상처에서 만들어지고, 상처는 이론으로 언어를 얻고, 언어는 말과 글이 되어 힘을 얻는다.”
이 책은 벨 훅스의 사상서가 아니라 ‘같이 읽기’이니, 다양한 방식의 기록물로, 마치 수백권짜리 시리즈처럼 나오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계속계속 같이 읽는 사람들의 기록이 쌓여 벨 훅스의 사상도 독자들의 삶도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입체적인 대화처럼 만들어 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두근거린다.
“날카롭고 따스하며, 이상을 그리지만 또한 매우 현실적인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나에게 그는 매번 지쳐도 다시 돌아가게 하는 그곳, 페미니즘 그 자체였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 답을 모르는 단계, 해법을 현실화시킬 방법을 모르는 단계... 살아가며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일에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니 이미 배운 것들, 물려받은 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가모장’ 같은 말에 속지 말라고. 실제로는 갖지 못한 힘을 소유했다고 상상하는 그런 마음이 오히려 현실에 대항해 싸울 가능성을 자꾸 줄인다고. (...) 그 신화가 여성들에게 허울뿐인 가짜 권력과 자부심을 강요하면서, 정작 성차별에서 해방해줄 여성운동 같은 사회운동이 불필요하다고 믿게 했음을 (...)”
모르는 이들의 삶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제안과 고민과 사유와 통찰과 제안들을 자주 만난다. 사회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 일이라면, 그에 맞는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기록을 만들고, 목소리들을 연결하고, 삶을 연대하고, 그렇게 변화시키고, 다음 세대에게 분투의 결과인 유산을 남겨줄 수 있어야 한다.
언제 몇 명이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제목에 걸맞게 ‘같이 읽기’ 모임을 만들어서 다시 읽고 싶다. 읽으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새로운 같이 읽기 기록이 생기면, 또 다시 같이 읽고 싶다. 읽고 배우는 것이 저항의 기본이자 출발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유쾌하고 다정한 출발신호가 되기를 바란다.
“벨 훅스의 책들을 읽고 그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각자의 자리에서 혹은 연대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질문으로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