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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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해 읽고 생각하는 새해 1월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직업의 저자인데 같은 메시지를 만나기도 한다. 죽음은 삶의 결과물이고 우연도 행운도 선물도 아닌 살아온 행위의 수렴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변명들로 유예해둔 크고 작은 바람과 후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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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한 것들이 읽기 시작하자 모두 무용해지기 시작했다. 아주 매운 음식을 먹거나, 아주 무서운 광경을 본 것처럼, 마음이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깊다. 삶을 살기 위해 차근차근 걸어 나가듯 이어졌다.

 

나는 항상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남은 나날을 대화로 채울지 침묵하며 보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 내가 할 일은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그들이 남은 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오롯이 항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클로버의 직업은 임종 도우미다.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을 보고 돕고 죽음이 찾아온 순간과 그 이후도 보게 된다. 조부모님의 임종 시에도 가까이 있지 못한 나는 이 순간을 아직 모르고 산다. 그래서 고령의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거세게 뛴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감당해야할 것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 때문일까. 훅 밀려들 듯 다가오는 어떤 통찰에 대해서 심적으로 휘청거리며 쉽지 않게 읽어 나갔다.

 

내가 이 도시에 외로운 사람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그들 중 하나라서다.”

 

조곤조곤 대화하듯 고요한 장면들에 익숙해지자, 내게 묘하게 강렬한 영향력을 지닌 이 작품이 반갑고 친근해지기도 한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에 관해, 죽음 이후에 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안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는 점도 어쩐지 사랑스럽다.

 

저는 퇴비가 되어 땅과 하나가 된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쏙 들어요.” (...) “우리가 사는 동안 땅이 우리에게 영향을 공급하고 죽고 나선 우리가 땅에 영향을 공급하는 거잖아요.”

 

읽을수록, 죽음이 미지의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거듭 죽음을 보고 생각하고 죽음의 순간을 다루는 방법을 추측해보는 클로버가 후회도 공포도 가장 적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나갈 것 같다는 부러움과 기대가 커졌다. 누군가가 평화롭게 그 과정을 거쳐 가도록 도왔으니, 클로버 자신도 스스로를 도울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내 불안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으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라앉고 작아지기도 했다. 태어나는 일도 고통과 애씀이 가득이지만,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 배운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통증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언젠가 반드시 그들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부나 배신이 아니라면 가장 확실한 원인은 죽음이다. 하지만 당신이 혼자라면 최소한 상처를 입을 위험은 없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잃을 순 없으니까.”

 

가끔은 나도 클로버처럼 밀폐감 속으로 탈출하고 관찰하며 위로 받고 쉬고 싶지만, 세상일에 참여한다는 것이 내게도 클로버에게도 나쁘거나 힘든 일만은 아니다. 경험으로서의 삶은 그 순간에야 온전해진다.

 

내가 클로버의 이야기를 통해 다정한 위로를 받은 것처럼, 클로버는 그가 도운 임종한 이들의 마지막 말을 읽으며, 인도받는 기분을 느끼고, 외로움 대신 집중하고, 우울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그건 그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도 그렇다.

 

영원한 이별과 상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평생 모를 것 같은 내게, 슬픔을 수량화하지 않고 기간 한정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슬퍼하는 클로버의 시간이 다정한 안도와 위안을 준다.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을 마주하기 전에, 나는 내게 소중한 이들을 그들이 바라는 대로 봐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나의 가장 마지막 후회는 무엇일까.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에게 진짜 자신을 내보이는 건 해방을 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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