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내 마음 - 마음의 고통을 안고, 회복의 길을 간다
황정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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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을 묻는 안부는 물리적 평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일 년 중 며칠을 정말 무탈하게 보내고 있는 걸까. 새해가 어김없이 시작되고, 새해를 핑계로 밝고 즐겁게 지내보려 했지만, 노력과 결심만으로 그런 상황이 마련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뇌는 상상 이상의 가능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기분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때 유독 취약해져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춰 서거나 혹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으로 더 고통스러운 삶을 만들기도 한다.”

 

제목이 에고‘ego’이자 영리한 감탄사 역할도 한다고 생각해서, 쉽고 직관적인 웃음을 주는 책이 궁금했다. 저자는 심리치료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회복지사이자 겸임교수다.

 

셀프나 에고 같은 심리학에서 구분하는 이론적인 설명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사례와 사유로 이어지는 글이라 안심이 되고 무척 반가웠다. 이론 공부가 소용이 별로 없거나 관심이 없는 나이라서 더 그렇다.

 

살아 있는 한 헤어질 수 없는 불안’*에 대해서도, ‘두려움’**에 대해서도 가볍게 언급하고, 우리 사회가 겪은 공통의 경험 속에서 저자가 경험한 구체적 사실로 옮겨가는 방식이 구체적이고 실감이 나서 좋다.

 

*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가정. 지속적인 막연함 자체가 고통이므로 불안은 곧 고통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 안 좋은 것에 대한 무기력한 감정. 누적되고 스스로를 더 옥죄며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단지 불안과 두려움의 반대가 무엇인지를 찾아서 그쪽을 바라본다고 심리 상태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까. 저자가 개인과 사회의 영역에서 모두 마련되어야할 점을 짚어주어서 공부가 되었다.

 

최근 물질주의, 경쟁주의, 성과주의로 아이들을 압박하는 것은 누구인가? 거기다 아이들에게 폭력적, 반사회적 문화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노출시키는 미디어의 파급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아이들에게만 사회적 통제를 강화한다면 그것은 약자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다들 전혀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역시 맞춰가며 사느라고 아픈 것일 텐데, 란 막막함도 들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내가 반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고 기억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성장 중인 아이들에 대한 처벌과 통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성장만하고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에 대한 통제 방법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생존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희망과 기대가 적을수록 더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 그럼에도 생존은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어디로든 내보낸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도록.

 

물론 예전처럼 모든 정신질환이 격리와 치료를 요하는 것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저자도 예를 들었지만, 양극성 장애를 가진 헤밍웨이가 조증 상태에서 남긴 많은 작품들이 인류의 문학사를 채우고 있다.

 

각자의 에고가 다르듯이, 고난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이후의 변화도 모두 다를 것이다. 다만 개인은 혼자가 아니라는 이해가 중요하다. 개인이 속한 사회가 많은 것들을 결정한다. 인간은 환경 속의 인간으로 볼 때 총체적 이해가 가능하다. 인간과 환경은 상호 작용하고 변화한다.

 

정상 혹은 비정상이라는 극단의 이분법을 적용하였고, 더구나 (...) 비정상은 치료의 대상이라는 무모한 해법의 맹점에 빠져 버렸던 지난날의 전문가주의 (...) 고통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전인적 회복보다 의료적 치료에만 몰두하면서 환자들을 의료적 이유도 없이 오래 병원에 머물러 있도록 하였다. (...) 스스로 생존하는 능력마저 아예 퇴화시켜 버리는 시설화라는 또 다른 장애를 양산해왔다.”

 

변화는 지치도록 느리고 기쁘지 않은 소식이 새해에도 한동안 이어질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의 회복탄력성***이 충분하기를 바란다.

 

*** 자신의 안녕을 지키고 손상이 있으면 다시 회복하려는 본능.

 

약자를 먼저 통제하는 사회는 미성숙한 사회이다. 성숙한 사회는 약자를 먼저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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