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김은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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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이 씨앗이라서 겨울에 심어 월동을 해야 봄에 꽃이 피는 구근들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재작년 심은 튤립 구근이 꽃을 안 피워서 의기소침한 상태였고, 수선화는 꽃이 너무 작아서 조금 섭섭했다. 베란다 정원의 한계랄까.

 

봄날의 기지개를 켜기 위해

깊은 잠을 청하고

 

[가을과 겨울 내 세상은 그렇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새해에는 머뭇거린 일들을 해치우고 싶은 기분이 강해지지만, 새해가 되면 이상하게 더 차분해진다. 새로운 일, 번거로운 일, 벅찬 일을 만들거나 시작하지 말고, 있는 것과 가진 것을 다독이며 정리하고 싶어진다.

 

시집 속에는 모든 계절의 풍경과 다양한 생명들이 가득하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으로도, 인간 속으로도 숨어들지 않고, 외부의 세상을 늘 바라보는가 보다. 그런 시들이 좋다. 여러 핑계로 다니지 않는 여행을 경험하듯 공기가 새롭다.

 

많은 존재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겨울의 풍경들을 골라 더 오래 읽었다. 지금은 겨울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이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다. 2024년으로 바뀐 모든 것을 확인하는데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행복은 보인다

환한 표정으로 좋은 몸짓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가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

 

12월 중순부터 어떻게 살았는지 멍할 정도로 분주했다. 가장 설레던 12월이 가장 바쁜 12월이 되는 동안, 나는 늙고 운이 좋아 가족과 친지와 친구가 늘었다. 남은 휴가를 다 모아서 하던 일은 쉬고 다른 일을 해치웠다.

 

의무를 다하고 나면 마냥 쉬고 싶었지만, 방학과 졸업과 생일과 기념일과 명절과 축제로 이어지는 연말이라 외출과 여행을 생략할 수는 없었다. 관광지와 축제와 콘서트가 아니라 다닐 만 했다. 눈이 많이 와서 즐겁고 기쁘기도 했다.



 

집과 동네를 떠난 밤은 같고도 달라보여서 겨울밤을 연말에 몰아서 자주 올려다보았다. 노안으로 흐려진 눈으로도 별이 총총했다. 늘어난 별빛은 모두 인공위성이려나. 겨울의 달은 작고 밝아서 젊은이 같다.

 

그리 그리 마음을 저 초승달님께

마음으로 등 기대는구나

등 기대는구나

이 밤도 잠 못 드는구나

 

[]



 

아버지 본가에 들러 이젠 끝이 보이지 않는 내 나무를 만나고 왔다. 아버지는 왜 목련을 심으셨을까. 궁금한데 굳이 알고 싶지 않아서 나는 묻지 않았다. 돌아가시면 영원히 모를 텐데, 지금이라도 여쭤봐야하나.

 

내 나무가 있어서 좋다. 목련 꽃이 하얗게 피는 계절이면, 태어나 처음 쉬는 숨처럼 꽃을 보며 후후 긴 숨을 쉬었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참나무가 되고 싶지만, 옆에 목련나무가 있어도 좋겠단 생각.



 

새해다. 생각의 씨앗이 싹 트는 모습대로 행동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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