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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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시간이지만, 희고 투명하고 말간 포근포근 흰 눈 같은 위로가 더해지면 더 좋다. 큰 숨이 쉬어지고 어깨에 힘이 빠지고 하루쯤은 세상사 다 잊고 일단 쉬어보자 싶은 기분이 든다.

 

비로소 연말 같은 날이 왔다. 아주 작고 가벼운 책이라 아깝지만 그래서 어여쁜 책을 가만히 펼쳐 본다. 나른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새와 날개와 노래의 이야기여서일까, 호흡 속 공기가 모자란 듯 살짝 멍하게 기분이 유영한다.


 

새를 무서워한다. 진화계통을 보니 생존 공룡이 조류하고 해서 혼자 납득을 하고 나니 무섬증이 점차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새에 무지해서 책 덕분에 왕관 앵무와 회색 앵무에 대해 찾아보았다. 오래 전 아버지가 새장 속에서 기르던 새들도 잠시 떠올랐다.

 

인간은 새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무서운 짓도 하고, 수많은 새가 충돌로 죽임 당하는 건물도 많이 만들었다. 슬픔을 겪은 새들이 모인 책 속 세계에서는 인간이 듣지 못하는 새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인간이 전쟁 중이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동식물도 전쟁에 휘말린다.

 

인간은 자신들만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슬픈 새 야에 씨가 전하는 다정함, 평화, 행복이라는 사명을 가진 새의 날개를 상상하며, 인간이 오래 전부터 하늘을 올려다보고 기원하던 많은 것들을 성탄절에 다시 떠올려본다. 오늘도 중단되지 않은 예수가 태어난 곳의 전쟁을 생각해본다. 누구나 가진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절이 아프다.

 

네 귀에 들리지 않을 뿐이지 나무에겐 나무의, 돌에겐 돌의 말이 있는 거야.”


Olga Kvasha, contemporary Ukranian painter


 

누군가는 기억하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누군가는 희망이 된다. 기적 같은 우연으로 생명으로 태어나 사는 일에 대해, 사명vocation과 소명calling에 대해 막연하지만 한참을 생각해본다. 나뭇잎 소리도 새의 날개바람도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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