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니 여름이 또 그리운 거지
윤지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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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같은 산문, 산문 같은 시, 따뜻한 노란 불빛 같은 글을 읽다 보면 기분이 보송하고 말랑해집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을 어떻게 답해보면 좋을지 생각해봅니다.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아까우니 모든 계절도 좋지만, 느낌도 추억도 다릅니다. 현실의 봄은 늘 힘드니 상상해보는 봄이 좋고, 여름의 낮은 고통스러우니 짧아서 더 반가운 밤의 여름에 설렙니다. 아무데서나 눈물이 툭 터지지 않는 가을이 좋고, 내내 좋지만 추위로 고통 받는 이야기가 없어질 미래의 겨울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잠시 더 생각해보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장 그리운 시간들인 듯도 합니다. 그러니 추억 속 날씨는 늘 좋고 햇빛은 완벽하고 바람은 보드랍겠지요. 사람들은 웃고 있고 나는 편안한 꿈을 꾸듯 행복합니다.

 

나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장소와 사건들을 글 속에서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나도 경험했지만 다 잊고 산 장소와 시간을 기억해내는 글도 반갑습니다. 저자는 딱히 계절로 시간을 구분하거나 직접적 연관을 짓지 않습니다. 늘 어느 계절이었겠지요.


 

이렇게 글을 쓰는 중에도 손끝에서 오래전 장소와 사람들이 끌려 나오는 듯 생각이 자꾸 납니다. 무엇을 다 살지 못하고 모자란 채로 후회하며 지나왔는지, 무엇을 두고 왔는지, 이런 감정은 다 무엇일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어쩌면 얼마 전 생일이라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말이기도 하네요.

 

시간도 계절도 점점 더 소중해지고 애틋해지는데 느려지지도 멈추지도 않고 사라져가니 문득 두렵고 문득 서러운 건가 싶습니다. 그리움 속에서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새삼 운이 좋았다고 무척 고마운 기분이 듭니다.



 

한파가 대단합니다(12.21). 따뜻한 실내에서 내 생각만 말고 따뜻한 물을 들고 밖에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외투도 보일러도 집도 마실 물도 없이 견디는 문 밖의 작은 생명들을 만나 이 계절을 함께 지나자고 말을 건네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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