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키 창비아동문고 332
전수경 지음, 우주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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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독자의 선입견은 무섭고 그게 왕창 어긋났을 때의 즐거움도 크다. 창비어린이책이고 SF문학이라서 짐작한 도입과 전혀 다른 통쾌한 출발 - 이별통보 - 에 크게 웃고 더 큰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전수경 작가님 전작들도 모두 좋아하는 팬으로서 인간 주인공 수호의 캐릭터가 뜻밖이어서 놀랍고 흥미롭다. 정말 별로다 싶은 유형이었는데, 모기 알레르기가 있다니 나도 마찬가지라 급 친근감이 든다.

 

게다가 현미경으로 아주 작은 곤충을 처음 보고 완벽한 존재라는 생각에 경외심이 든 기억이 있어서, 수호가 모기를 아름답다고 한 대목에서 애정이 커졌다. 자세히 보면 아름답고 알면 미워하지만은 않게 될 존재들이 많으니까.



 

선입견과 편견이 강하고 노력해도 차별주의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는 판단을 천천히 하려고 노력한다. 타인에 대해서도 인간 이외의 생명에 대해서도 그렇다. 알레르기 때문에 모기와 동거하긴 어렵지만 조건반사적으로 죽일 듯 미워하는 건 지나치다. 이제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모기는 흡혈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고, 꽃의 수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수호가 만난 은빛 날개 모기의 이름이 무스키라고 한다. 시베리아의 무스키 산맥이 떠올랐다. 잠시 기분이 청량해졌다. 그러나 이 특별한 모기는 외계에서 존재이며, 아주 중요한 비밀을 수호에게 알려준다.(과도한 스포일링인가...)



 

자만에 빠져 상대와 소통을 못 하고, 가장 친밀한 가족과도 침묵의 메모 대화를 하는 수로가, 외계 모기와 만나, 그 목소리를 듣는 전환은 조금 서글프면서도 아름답다. 흡혈하는 모기가 생물의 DNA를 전달하는 역할은 유쾌하고 설득력 있는 과학적 상상력이다. 알레르기가 심리적 문제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과도한 거부감을 잠시 내려 두고, 오래된 거부감과 부정적 이미지를 재고해 보는 문학적 훈련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우리는 모두 별의 후손이고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가 지독하게 혐오한다고 생각하는 존재와도 그런 관계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컨택트>의 장면들처럼, 소통과 교감을 나누려는 노력은 인간 사이에서만이 아닌, 종을 불문하고 우리가 상당한 이해와 교감이 가능하다는, 그래서 공존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로 읽힌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들이 소중해진다. 애정은 노력에 비례하기도 한다. 인류가 해답이라고 생각한 절멸과 근절의 방법들은 예외 없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해충, 잡초, 살충제, 제초제 등의 폐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필요와 이용가치에 따라 인간도 다른 종도 분류하는 사고방식을 인간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인류는 급변하는 기후재앙의 시대를 맞아, 지구생태계에서 확실히 멸종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올 해는 함께 심으면 힘이 되는 씨앗들에 대해 배워서 실험 삼아 두 화분에 심었다. 뜻밖에도 열무와 메리골드는 함께 자라면 해충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열무는 여름 내내 속아 먹었고, 메리골드는 아직 잎만 보여주고 있지만, 월동 후 내년에는 마침내 꽃을 피워줄 지도 모른다.

 

모기가 유해하다는 건 인간이 명명한 분류법이다. 그러나 지구생태계에서 인간의 불편이 바로 해결되어야한다는 요구는 허락받은 적도 인정받은 적도 없다. 지구는 인간이 멋대로 이용하고 더럽혀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문학이 어른 독자의 글로 점점 무거워진다. 글은 마무리하고 좀 더 오래 생각을 이어가야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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