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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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권 기록, 중년 독자라서 출간 속도에 따라 10권을 다 못 읽을 지도... 이런 협박과 애원을 먼저 여기저기, 라이브 방송에서까지 내비추고 읽기 시작.



 

재밌을 줄은 알았지만 순식간에 다 읽고 나니 괴롭다. 2권은 언제, 3권은 또 언제. 좀만 젊었으면 휘리릭 경주와 근해에 다녀오고 싶다. 기억 속 풍경보다 도시 위로 내려앉은 햇빛까지도 포함하는 책 속 묘사가 더 생생한 건 즐거움이자 민망함이다.

 

그간 꽉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버려 울면서 우는 줄도 모른다면 큰일이다.”

 

명랑역사 미스터리라는데 문득 서럽고 자주 애틋하다. 사라진 것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나는 일이 그렇지.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내 안에서 더 구체적인 생명체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 덜 외로워질 것이다.

 

마음이 곯은 채로살아가는 이들, 아직은 그럭저럭 견딜만해서, 확실하게 망하는 길로 향하는 걸음을 멈추지도 돌리지도 못하는 우리들, 7세기의 두려움들 - 역병, 전쟁, 흉년, 대수, 굶주림, 병듦, 죽음 - 21세기에도 현현하다.

 

이자를 죽인 자는 태연한 얼굴로 우리와 함께 서 있을 것이다.”

 

7세기에도 21세기에도 덕이 있는 이들이 참담한 죽음을 맞고, 이승의 중생이 현실을 부당함을 다 이해할 저울은 나타나지 않았다. 메시아를 갈구한 적은 없지만, 좋은 리더, 애쓰는 이들이 비겁하고 사악한 살에 당하는 일도 여전하다. 아락바락 소리를 내질러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은 문장이다.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옳은 일만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비틀린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언어로 품을 한없이 넓혀, 할 수 있다면 모두를 싸안으려는 여전히 따뜻한 정세랑의 글이다. 명랑, 역사, 미스터리, 모험 수식어와 장르가 무엇이든, 깊은 시선은 변함이 없다. 배우고 싶은 인간의 덕목들이 인물마다 체화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누반박사, 죔쇠, (), 금입택, 사스래나무, 상문사(詳文司), 독군(督軍), 협시보살, 마름쇠, 속특(粟特), 문두루비법, 심지가위 등 새로운 어휘를 찾고 배우는 재미가 컸고, 작품 세계로의 몰입에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매회 재미난 트릭을 즐기시려면 읽기 전 모든 스포일링을 잘 피하시길!

 

2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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