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워드
조나 버거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르고 다르다는 의미는 알지만, 문제는 언제나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법(how, in what way)이다.

 

당위적이거나 게을러서 설명이 부족하거나 불친절하거나 기타 등등... 원래도 별로였던 내 생각과 말도 더 나빠지는 중이다. 뭔가를 바꾸고 싶을 때는, 내 속도대로 읽고 배우는 독서를 통해 도움 받는 경험이 적지 않다.

 

상대방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도록 설득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상상력을 북돋우며 사회적 유대감을 쌓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뛰어난 글쓰기 실력이나 화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울 수 있다. (...) 단어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독자든, 단순히 단어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든, 이 책이 그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

 

미국인들에게만 들어본 표현 중에는 “I don't buy it”이 있다. 수업이나 학회 토론 중에 뭘 사고판다는 것인지, 표현 참 자본주의적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관심을 가지는 것도 “pay attention”이고, 찾아보면 그런표현들은 많을 것이다.

 

한편 자존심을 지킬 수준의, 적어도 노동법을 위반하지 않는 월급은 중요하고, 돈을 내고 구매할만한 가치란 곧 설득력이라는 판단도 한다. 이 책에서 팔기마케팅역시 그런 의미다.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가. 외면당하지 않을 매력이 있는가.

 

매매와 수익 증가가 목적이 아니라도, 상대에게 설득력이 있기를 바라는 아이디어와 관점과 콘텐츠는 어쩌면 누구나에게 필요하거나 간절하기도 한 것들이다. 훈육과 교육에 있어서도, 일상 대화에서도 실은 그렇다. 문화 상품들의 선택과 감상 기준 역시 그렇다.

 

모든 것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직업 어휘(jargon: 특정 분야의 전문·특수 용어)는 몰라도 내 일상 어휘를 구성하는 단어와 내용과 표현에 대해서 얼마나 무심한지와 부족한지에 대해 점검해보며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특히 동사의 시제는 참신한 지적이다.

 

나는 연구 결과의 토대인 데이터에 신뢰도를 열심히 보는 편이다. 한국 사회는 아니지만, TV 프로그램 대본, 영화, 노래가사, 서비스 상담 녹취, 기사 등의 수만, 수천, 수십만 개의 빅데이터와, 학술 논문, 리뷰의 집대성은 놀라웠다. 분석 기록만으로 활용 가치가 있다.

 

물론 논문처럼 나열된 방대한 분석은 아니다. 저자는 단 6가지*의 전략으로 정리해서 가독성과 이해를 높인다. 단어 유형을 구분한 활용법인데, 그중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분류는 처음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 정체성과 능동성, 자신감, 올바른 질문, 구체적인 내용, 감정 자극, 유사성과 차별성

 

여러 해 전이긴 하지만 자기소개서 첫문장이 안녕하세요?”여서 놀랐고, 해외발송용 업무 메일인데 “How R U?”라고 적혀서 더 놀랐고, 면접 끝에 떨어지면 연락하지 마세요. 기분 나쁘니까요란 요구에 헛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이후로도 업무 메일과 각종 공문서들을 피할 도리가 없으니, 메일 잘 쓰는 사람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된다. 문장만 보고 상대에 대한 신뢰도가 급변한다. 정확하고 확실하고 흐름과 중요도에 맞으며 예의 있는 표현만 있었으면 싶다.

 

따라하고 싶은 팁들을 발견했다. 점검에 게을러지는 나이니 재고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우유부단과 신중을 헷갈리지 말고, 상대에게 덜 공격적인 방식으로 난처한 질문을 피하고, 친밀감을 높이고 싶은 상대에게 엉뚱하지 않은 말을 걸고. 응용이 필요한 상황은 많으니 한참 유용할 책이다.

 

두 가지 불완전한 선택지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수렁에 빠트리기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도록 독려하자 문제를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한 걸음 물러나서 상황과 거리를 두고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했다. 다양한 목표와 대안, 결과를 고려하고, 다른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