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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평점 :
외부적 스트레스가 줄지 않는 나날이지만, 오래 바라고 애쓴 것들 중 하나가 바뀌었단 소식도 아주 가끔 듣고, 나도 내일을 여전히 걱정하고 있으니, 미래는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강연 영상을 두세 번 본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차분하게 분석과 통찰을 전하던 육성과 닮은 문장들이다. 덕분에 충격적으로 무식한 예산정치질로 받은 스트레스가 좀 식었다.
내 주변은 다 동의하는 일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늘 소수에 속한 독자로서(그래서 편견과 선입견이 강하고 시야가 좁다), 시대가 강제하는 개인의 조건화에 반발감이 크다. 결국 개인의 선택의 합이 전체 그림이 된다는 점에서 얼마간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고집도 세다.
모두가 자율적인 존재라면 자율공동체인 아나키즘이 가능할 거라는, 즉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오래 전 강의가 생각난다. 진심이고, 자기 삶의 능동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고, 각자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이란 개념.
“효도의 종말이 인륜의 저버림이 아니라 준비된 사회의 안전판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각자가 스스로를 도구화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각자가 모여 더 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본권이 될 것입니다.”
일상 기록이란 스케일은 작고 분량은 막대한 데이터에서 출발해서, 현상을 보고 의미를 찾고, 개별 작용과 상호 작용, 환경 모두를 감안한 분석을 해서, 인간이 어떤 변천사를 걸어왔는지 보여주는 작업이 선명해서 좋다.
오래 전 오토리버스(자동으로 테이프 양면 재생) 기능이 나왔을 때, 불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 내가, 디지털 도구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가 새삼 격세지감이다. 피로하고 지쳐서 솔직히 미래를 모르겠다. 보이지 않을뿐더러 보고 싶지 않은 기분도. 그래서 다른 사람 의견을 읽고 배우는 시간이 좋았다.
결국 인간은 원하는 대로 진화를 계속하는 중이다. ‘지능화’와 ‘고령화’라는, 모두 무해하지만은 않은 방향으로. 기술의 진화를 문명은 따라가지 못했다. 그 격차에 세상의 온갖 비극과 고통이 존재한다. 그래도 멈추긴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경험했고, 포스트 팬데믹은 더 엉망이니까.
나는 이렇지만, 어떤 새로운 변화라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잘 활용하며 사는 많은 이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매순간 존재하는 모든 세계는 변화를 겪고 있으니, 내가 생각하는 순응의 비극과 비참한 결말이 아닌, 새로운 해법과 지향이 상상하지 못한 미래를 만들어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좋겠다.
“큰 재난으로도 다가올 수 있는 급격한 환경변화를 자신만의 기회이자 스스로의 축복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의 기본은, 시대의 큰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현행화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