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지 못하는 당신에게 - 논어에서 찾은 나의 이립
이지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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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동의하고 이해하고 수긍하고 결심까지 해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정은 있다.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와 일상이 곧 삶의 유일한 전부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이해한지는 오래지만, 그렇다고 지금만 살 수는 없다.

 

통계와 예측은 항상 현재와 현실의 얼마간을 미래 준비에 쓰도록 설득하고, 서글프게도 그 설득은 항상 먹힌다.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저축과 보험과 연금이 중요하지 않다고 무시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하나마나한 소리인가 싶었고, 언젠가는 좀 더 지금을 사고 싶어졌고, 또 언젠가는 고민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삶을 견디기도 했다. 저자가 기록한 지난 삶의 순간들이 나의 결심들과 확언에도 닿아 꽤 아팠다.

 

직업의 본질은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변호사란 직업은 노골적으로(?) 그렇다. 아프고 힘든 이들을 돕는 이가 많이 아프고 힘든 이야기라 안타깝고 서글프기도 했다.

 

물론 저자는 나의 위로나 공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의 삶을 차분히 해석하고, 주체로 서고, 진중하고 단단하게 새로운 걸음을 이미 내딛었다.

 

시를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不學詩無以言) (...) 예를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설 수 없다(不學禮無以立).”

 

이립(而立) 30세에 나는 미처 이립하지 못했다. 여전히 혼자 잘 서는 법을 배우는 중인 것 같다. 스스로를 아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하다, 살아 있어서 그런가보다 싶었다. 어느 순간 이전과 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

 

반백년쯤 살아보니, 세상에 무책임한 생각과 말들이 아주 많다. 타인에 대해서 생각만큼 책임감 있는 고민과 생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우선 통념에는 절대 지지 말기를. 시행착오에 좌절하지 말기를. 살아 있다면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한 순간에 변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지만, 스스로가 의미를 찾고 믿기로 한 가치에 따라 굳건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당사자 인간뿐이라는 것을 오래 기억하기를. 그러니 너무 쉽게 생각과 권리를 양도하지 말기를.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삶은 고되어도, 어딘가에 속편하게 속하는 것보다 덜 시시하다는 것을 믿기를. 대화와 소통이 불가능한 상대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거나 너무 오래 시달리지 말기를. 단호한 단절이 꼭 필요할 때가 분명 있다.




 

살아보는 유일한 방법은 살아보는수밖에 없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처는 아프고 두렵지만 회복할 수 있다면 곧 흉터가 된다.

 

이도저도 못하고 지금만 살지도 못하는 내가 적어보는 문장들이라 모두 내게 하는 다짐과 결심 같다. 그럴 것이다. 감정의 들볶임과 조건 지워진 현실의 갑갑함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가장 잘 진정되니까. 잠시 느긋했지만 이미 다음 주 걱정을 시작한 주말에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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