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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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는 예외처럼 늘었다가 이내 어휘부족의 상태로 탄력 있게 돌아간다. 이제 제발 그만 쓰고 싶은 어휘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멍한 머리로 결국 쓰던 걸 꺼내 적는다.

 

꼬맹이가 아홉 살일 때 <아홉 살 마음 사전>을 펼쳤고, 아홉 살보다 나이 많은 독자가 더 자주 오래 보았다. 아홉 살의 마음도 마흔 살의 마음도 여전히 잘 모르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얼마나 반가운 책인가.


 

100가지 단어이니 매일 필사하면 올 해가 다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젠 시간이 가는 것이 상당히 두렵다. 소멸하는 기억들이 줄이는 삶의 길이만큼 더 빠르게 생이 끝나 가는 것도 같아서.

 

내 해마가 너덜너덜해서 삶의 스냅샷을 더 이상 찍거나 기록하지 못하면, 차라리 사진기를 꺼내볼까 싶기도 하다. 보고 싶은 많은 것들이 상상 속에 미래에 있으니, 현실의 사물과 풍경에서 무엇을 피사체로 삼을까 막막하긴 하지만.

 

언어가 좋고 사전도 좋다. 나는 사전 읽기를 자발적으로 하는 이상한 아이였다.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기분일 때도 사전을 펴곤 했다. 그땐 명백히 틀린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우기는 권력을 보고 살 줄 몰랐네.

 

살고 보니 마흔은 노화가 본격화되기 직전의 나이이고, 사십 대는 그렇게 하나씩 받아들이며 새로운 몸에 적응해야하는 동시에, 늘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여전한 책임과 의무도 견뎌야 하는 무겁고 힘이 많이 드는 생의 주기였다.

 

그러니까…… 이틀이나 늦잠을 잘 수 있었던, 불안이 점차 줄어들던 연휴의 마지막 날, 마흔 살은 지났지만, 곧 사십 대가 끝나는 나에게 위로가 될 내용만 시작 단어들에서 골라 읽었다. 그럴 수 있어서, 울리기도 웃기지도 않아서, 모든 게 다 마음에 드는 사전이다. 오래 여러 번 펼쳐보게 될 것이다.


 

* 각별하다: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하게.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것.



* 값지다: 나답게 살고 있다는 것.



* 고요하다: 나도 강물이 되어본다.



*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게 어디인가. 날숨으로 걱정을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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