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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고양이 짜루 - 겁 많고 소심한 길냥이 짜루의 묘생역전 사계절
고돌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정사각형 양장본 단행본 만화는 처음이다(기억력에 자신은 없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일단 만화니 참기 힘들고, 잔잔한 매 컷이 어떻게 이어질지 계속 궁금해서, 펼치면 끝까지 보게 된다. 천천히 보았는데도 순식간에 끝... 아까워...
말이 안 되는 이유로 차별하고 혐오하는 경우야 다반사지만, 정말 ‘검은 색’ ‘검정’ ‘깜장’이란 이유로 재수 운운하는 건 무슨 헛소리일까. 웃기지도 않으니 근거를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피부, 체형, 옷, 기타 등등 신경 쓰는 것처럼 생각과 말과 행동도 좀 살피며 사는 건 어떨까. 다정하고 뭉클한 장면과 관계로 가득한 작품인데, 화가 나고 속상했다. 누구의 삶이든,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로 힘들지 않기를 바란다.
마당 있는 단독 주택도 종이 신문도 무척 부럽다. 나도 몇 호실 말고 집에 살고 싶었는데……. 기분이 가라앉고 힘이 들 때면, 별 친분도 없지만 내 무릎에 가만히 올라와 앉던 친구네 고양이 생각이 났다. 따뜻하고 다정한 존재다.
짜루는 폭력과 위협이 일상인 힘든 삶을 이어갔지만, 함께 살게 된 사람들에게 무척 큰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짜루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굉장하다. 존재만으로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니.
작품 속 일 년이 겨울에서 시작되어 가을에 도착해서 무척 좋다. 마침 가을을 만난 때이기도 하고, 갑자기 가을이란 느낌이 없지 않아서, 너무 빨리 겨울이 될까 아까워하는 중이기도 하다.
단행본이 출간되기 전에 알아보신 많은 분들 덕분에 나도 짜루를 만났다. 감사하다. 따라 그려보고 싶은 ‘까만 털을 가진 멋진 고양이’였다. 자랑(?)하고 싶은 에피소드와 장면들이 많지만, 매 컷이 귀한 작품이라 아껴두었다.
앞으로 짜루를 만나게 될 많은 분들에게도 올 해 가을이 천천히 다사롭게 지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곧 추워질 날들... 길냥이들,.. 수많은 짜루들의 무탈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