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를 보여 줘 1 - 수어의 섬, 마서스비니어드 곰곰문고 103
앤 클레어 르조트 지음, 조응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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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보여주는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표현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것이고 대화에는 수화가 가장 풍성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수화를 배워보고 싶었지만,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알파벳과 몇 가지 기본인사만 배우다 말았다.

 

발화와 문자가 가능하니 동기부여도 아쉬움도 적었다. 농인 친구나 친지도 없었다. 문제 제기의 합리성보다 동의인의 숫자가 여전히 더 막강하고 설득력을 가지는 사회에서 주류와 정상의 범주 외의 세계는 너무나 비가시적이다.

 



만약 이 숫자가 뒤바꾸면 어떻게 될까. 어떤 사회가 구성되고 어떤 삶의 풍경이 펼쳐질까. 이 작품에서 소설이 가진 거침없는 혁명성을 시간을 잊고 만났다. 상상력과 이야기의 힘 덕분에 기차의 이동 속도만큼 설렜다.

 

나는 바닷물이 모래밭을 향해 달려들었다가 뒷걸음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모든 사람이 수어를 할 수 있다면이 농인이 아닌 이들이 정상인 사회의 질문 방식이라면, ‘모든 사람이 소리 내어 말하고 수어는 하지 않는다면은 선천적 청각장애인 인구가 많아 섬 주민 모두가 수어를 했던 마서스비니어드(Martha’s Vineyard)섬에서 할 법한 질문이다.

 

나는 리코더를 부는 낸시를 바라보며 나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한다. 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보면서 새소리를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옴표 안의 말들이 모두 보이는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주변도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소리의 본질이 울림과 떨림이라면, 농인의 세계도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계는 아니란 걸 깨닫는다.

 

집 안에 활기가 넘칠 때는 나무 바닥으로 진동이 전해진다.”

 

나는 기분이 좋은 때면 벌처럼 윙윙 거린다.”

 

2부가 시작되고 스릴러 범죄 소설 같은 전개가 이뤄져서 조금 멍했다. 한참을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장면들이 이어져서 섬에서 다소 느긋했던 나도 긴장감에 기분이 팽팽해졌다. 스포일링이 되겠지만 메리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옆방에 있는 엄마 아빠한테서 나는 진동을 느끼려고 깨어 있고 싶다.”

 

부록도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선택이든 아니든 다양한 종류의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를 가진 이들은 늘 존재할 것이다. 이분법은 허위 구성이다. 실재하는 건 다양성뿐이다.



 

발화 언어처럼 수화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외국어와 방언처럼. 차별하는 사회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개인으로서 참여와 연대가 작아서 지쳐도, 지향은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어떤 다름이라도 장애로 만들지disabling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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