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페데리코 핀첼스타인 지음, 장현정 옮김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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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은 부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활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해전에 들었다. 한 국가가 아니가 전 세계가 우경화 - 극우 파시즘화 - 되고 있다는 경고였다. 미국 파시즘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한국의 현실을 바로 소환한다.

 

파시즘이야말로 진짜 민주주의다. 진실이란, 힘의 결과다!”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확산시킴으로써 정치적 힘을 얻는파시즘은 거짓말 대잔치다. 성공을 위해서는 진실에 관심 없는 언론과 진위 구분이 불가능한 유권자들이 필요하다(혹은 알지만 이익 계산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파시스트들에게는 그들만의 진실, 그들만의 합리성이 있었다. (...) 그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은 장악하거나 길들이거나 망가뜨리면 되고 유권자들은 생각도 공부도 책읽기도 모임도 대화도 어렵게 만들면 된다. 영리하고 세련된 파시스트들이라면 교묘하게 할 것이고 무식하고 무능한 권력이라면 뻔뻔하고 후지게 할 것이다.

 

파시즘이 비겁하게(?) 거짓말만 뿌려댈 리는 없다. 폭력과 혐오가 진짜 정체성이고 차별이 전술이다. 전통적인 대상을 공격할 수도 있고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가장 흔하고 반복적인 것은 익숙해서 쉬운 늘 차별하던 대상들이다.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은 포퓰리즘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물론 그 과정에 동원되는 것이 거짓말이다. 사회자본과 권력을 가진 파시스트들의 목소리는 사방에 울려 퍼지고, 증거가 있는 듯 지원받고, 가스라이팅에 성공해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을 이용해 목표한 제 이익을 챙긴다.

 

독재자는 국민공동체의 이름으로 행동했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국민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여겨졌다.”

 

만인이 만인을 적으로 규정하는, 위선조차 거추장스러워하는, 진실마저 언제든 왜곡하고 오용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꼴을 보고 사는 시절, 가시적으로 타오르는 욕설과 조롱과 비난과 막말 대신 읽을 수 있는 서늘한 책이 귀하다.

 

정신 상태를 평가하거나 그를 그저 사기꾼으로 정형화하는 것보다는 체계적인 정치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민주적 삶의 현재와 미래에 더 중요하다.”


 

이렇게 깊고 짙은 증오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차별적 거짓말과 정치 폭력, 거짓이 진실과 뒤섞여 더 진실처럼 들린다는 현대 정치는 어떻게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거짓말이 힘을 얻을수록 현실이 험하고 사나워진다.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라고 나는 믿는다). 말보다 행동이 더 진실하니까. 그래서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특정 시기에 발현한 현상을 헷갈리지 않고 이해할 수 있다.

 

집단적 가스라이팅이 게임처럼 유행하고, 적지 않은 대중이 정체성 정치를 하듯 지지를 보내는 시절에, 역사를 소환하고 복기하고자 하는 갑갑한 이들에게 눈앞의 많은 현상을 이해하고 욕을 참아볼 기회를 이 책이 준다.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에 대한 비판이 왜 단순한 형용사의 사용이나 욕설 정도로 그치고 마는지 그 이유를 자문해봐야 한다.”

 

이 작은 책이 필독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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