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하면 좀 어때 - 이런 나인 채로, 일단은 고!
띠로리 지음 / 푸른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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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이 있고 계획대로인 일상이 가장 편한 독자라서, 살아가는데 충분할 정도라면 나머진 허술해져볼까, 하는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인형 작품들이 허술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시선조차 다정한 인형들이다.



 

속았다, 분하다, 그런 심정이 들었지만, 혹시 내가 허술이란 뜻을 잘 몰랐나 싶기도 하고, 뭔가 허술함에서 멋짐으로 옮겨온 스토리일까 못 읽은 이야기가 흥미로울 듯하다. 어쩌면 허술해도 괜찮다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일까.

 

그러네.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에는 온통 용기가 가득하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는 용기, 밥벌이가 되도록 해내는 용기, 자신이 찾아낸 길을 안내하는 글을 쓰는 용기, 최선이란 쉽지 않았을 텐데, 웃음도 매력도 사랑도 지켜낸 용기.

 

무엇보다, 허술한 나인 채로 최선을 다하기” “허술하게 허슬hustle하기” “허술함의 최전선을 지키는 용사가 되리라이런 결심하기!

 

먹는 방송으로도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한국사회라서일까, 언제부터인지 ‘1인분의 몫이라는 표현을 종종 본다.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개념 중에, 완벽이나 정상 등등처럼, 1인분이라는 표현도 사람들을 옥죄고 주눅들게 하나보다.

 

식사 1인분도 사람마다 다른데, 사회적 존재로서 삶의 1인분 몫이란 얼마나 다를 것인가. 더 먹는 사람 더 주고 적게 먹는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듯이, 삶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일관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평생 1인분을 딱딱 해내는 사람은 또 누구인가. 짐작보다 허술은 심도 깊은 철학적 제안이다.


 

힘을 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걸 참 못해서, 그걸 로또나 한번 사볼까?’하는 심정으로 먼저 다가가라는 조언에 소리 내어 웃었다.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거나 두렵거나 겁을 먹지는 않을 듯하다.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숨쉬기 운동도 어렵다. 간단해 보여도 폐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천천히 한 모금씩 내뱉는 동작을 처음에는 조절하기 어렵다. 속이 답답하고 마음이 급해 한껏 숨을 뱉어버리기 일쑤니까.”



 

휴가에 의미나 계획을 부여하지 말자란 생각도 든다. 그래도 막 탄소배출하며 살아버릴 순 없으니, 조용한 휴가를 앞두고 있다. 마침 가족 생일도 다음 주중이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종종 상상하지만, 아직 아니 이젠 그럴 순 없지.

 

저자는 간판이라도 눈여겨보라고 하지만, 나는 대신 가깝다고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얼굴을 눈여겨봐야겠다. 분명 모르는 표정들이 많을 것이다. 뭘 하고 놀면 좋을까. 현실이 기막히고 기분이 무거우니 즐겁기가 힘들고 어렵다.

 

쓸데없는 감상에 젖지 않아도 모든 건 헤어지고 망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자명한 사실이다. (...) 뻔히 망할 줄을 알아도 그냥 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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