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인도여행 연속 9년 - 그지없이 힘들었고 그지없이 행복했던 1년에 약 50일씩
유용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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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구 관련된 책을 읽다가 세계 인구수 1위 국가가 인도라는 사실을 알았다. 90년대 중후반쯤 인도 여행은 트렌트처럼 유행했던 기억이 난다. 내 친구는 실제로 인도 여행 중 만난 이와 결혼해서 여전히(?) 잘 살고 있다.

 

내가 아는 인도는 영국 유학 중 만난 존경하는 이들을 통해서였다. 사티쉬 쿠마르와 반다나 시바는 대표적인 인물이었고, 특히 여성 물리학자이자 힌두교 신의 이름과 같았던 반다나 시바는 강의도 존재도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히말라야 어디쯤에 대학을 만들어 영국 대학교와 학점 교환이 가능한 수업들을 개설했는데, 같은 강의에 수업료가 절반(환율 차이)이라 끌리긴 했지만, 결국 방문하지 못했다. 인도는 내게 아주 낯선 나라였고, 당시 나는 강박과 통제로 일상을 살아가던 중이라 돌발과 변화가 불편했다.

 

이 에세이의 저자는 무려 9년 동안 인도 여행을 혼자서 다녔다고 한다. 나는 모르는 인도의 풍경과 매력을 만날 생각에 들떠서 책을 펼쳤다. 분량이 많고 사진도 많다. 문장은 간결하고 다음 여행자를 위한 정보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명칭만이라도 익숙한 장소와 궁금한 장소들 위주로 기록에 남긴다. 넓은 국토, 다양한 문화와 언어, 그리고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도는 역시 책 한 권으로 한 번에 방문하고 배우고 이해할 수는 없는 곳이다. 그래서 저자는 9년이나 거듭 그곳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인도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막연히 부처의 고향으로 알고 있는 인도에 불교 신자는 1%도 안 된다는 통계를 보았다. 인도는 힌두교 세상이라고 한다. 바라나시 인근도 3,000년 전부터 힌두교를 따르는 140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수백 년 된 동네이다. 오래 전 친구가 당시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가 갠지스 강물 색이라고 했다. 언젠가 인도를 가게 된다면 문명의 발생지였던 그 강은 꼭 보고 싶다.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뱀에 물려 죽었기 때문에 사막은 떠올리기가 무서웠다. 일교차도 두렵고 모래폭풍도 두렵다. 다만 사막의 밤에 올려다보는 우주의 별빛들은 궁금하다. 가로등도 광고판도 없으니 잠시 빛공해가 사라진 태고의 순간을 경험할 것 같아서. 그런데 낙타를 타고 다닐 수 있으려나.

 


달라이 라마의 명성 덕분에 티베트 불교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서울에도 티베트 커리와 음식을 팔고, 티베트를 후원하는, 티베트 여행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음식을 무척 좋아했는데, 가본 지가 여러 해 전이다. 책에 관련 내용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또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크의 <오래된 미래>에 등장하는 라다크 이야기도 반가웠다. 한국만이 아니라, 산업혁명이후 현대기술사회에 살아가는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 덜 문명화된 곳을 여행하고 새롭게 배우는 시기가 있었구나 싶어 새롭게 지난 시절을 이해하게 된다.



 

힌두교의 신들도 덕분에 만나고, 신이 부재한 내 세상이 어떤 의미로 덜 다채로웠다는 점을 아쉬워도 한다. 신화와 상상력이란 무척 재미난 보물창고 같은 것이고, 그게 사라진 현대에 등장한 것이 다양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물질과 현실만으로 살 수 없게 진화한 특이한 생명체다.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 사진을 보고, 관련 내용을 읽으며, 첫 번째 책 속으로 인도 여행을 마친다. 이미 정상 부근에 수많은 깃발들이 나부낀다고 하니, 너무 많이들 가지 마시고, 가시더라도 아무 것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절구분이 별 의미 없는 세상 이야기에 여름 더위를 잠시 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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