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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선물로 주고받던 작품을 각자의 적당한 때에 읽으며, 2023년까지 기록이 이어지는 대화가 기쁘다.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친구의 말,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인 줄 몰랐다는 평에, 나도 다시 책을 펼쳐본다.
어릴 적에도, 지금도 내 삶의 정원을 상상하지 못하고 가꿀 생각도 못 해본 이미지의 부재가 아쉽고 아깝다. 이제는 남의 정원을 망치는 일을 최대한 피해보려 애쓰는 일을 잊지 않으려 한다.
문득 평생을 이렇게 치졸한 고된 사춘기 같은 심정으로 사는 건가 싶을 때에는 성장이란 것을 믿지 못하게 된다. 정답은 없지만, 기대했던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은 자주 부끄럽다.
그러니 동구처럼 누군가를 호기롭게 진심으로 용서해본 적도 없다. 내 정원에는 향기 나는 반짝이는 꽃들이 피지 못할 거란 쓸쓸한 생각을 한다. 백만 년 만에 들른 친구네 집이 그리운 시절의 향기를 품어서 왈칵 울고 싶었다.
“대문이 닫히면서, 아름다운 정원의 정경이 차츰 좁아지더니 마침내 가느다란 광채의 선이 되었다가, 갑자기 시야에는 녹슨 철문의 모습만 들어왔다.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 하나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차가운 철문을 힘주어 당기며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아름다운 정원. 안녕, 황금빛 곤줄박이.”
나무 사진: @MarcConno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