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팔레트
김소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17세 시인이 16세에 쓴 시들이라고 해서, 시험을 마친 아이들이 먼저 읽으라고 건네주려고 했다. 그리고 펼쳐진 페이지의 시를 읽고 다 읽게 되었다. 깊이 느끼고 오래 사유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 구절이 연이어 눈에 띄었다.

 

주제어들로 나눈 시들의 분류도 선명하고, 성장일기처럼 흐름이 잘 느껴졌다. 기억이 나지 않는 16세 나의 일기장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갑자기 찾아 읽고 싶었지만 꾹 잘 참았다.

 

아이들의 일기를 읽지도 않고 캐묻지도 않는다. 실은 궁금하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면 괜찮은 거라고 믿는다. 정말 중요한 건 의논할 것이라고 믿는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확장되는 건 정말 좋지만 드물어서 귀한 기회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어느 한 시기의 상실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그저 흘려보내기도 하며 성장한다. 고단하게도 성장은 평생의 과제 같다. 안주하고 고집을 부리는 순간 생물의 유연함을 잃고 딱딱해진다.

 

우리는 눈을 감고 수백만 가지의 우리를 꿈꿨다/우리가 될 수 있다고 믿던 모든 미래를 상상했다

 

그래도 살아있다면, 오늘이 오늘의 내가 그토록 꿈꾸던 오늘이다. 살고자 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모든 노력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오늘은 없었다. 나의 오늘에는 다른 이들의 꿈과 노력도 가득 들어있다.

 

어른들이 모두 키가 큰 것도 아닌데,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낮은 세상을 흥미롭게 바라보지 않는다. 삶이 그렇게 줄어들어 따분하고 무료한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태로 큰 것들에 눌린 어른들이 모두 잊어버린 (...) 그런 세상.’

 

시인은 환기가 실내 공기만이 아니라 꽉 차 있던 마음한 번씩은 비워 주는거라고 한다. 잘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잃고 잊어도 나의 색으로 돌아오게 할 작은 물감 방울들도 잘 기억하고 싶다.

 

밤 산책을 잠시라고 나갔다 와야겠다. 시인이 이르기를,

 

지나간 것은 왜곡되고

다가올 것은 아무도 모르니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색깔

오늘의 색깔

 

걸을 때는,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울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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