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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평점 :
최악의 빌런을 만났다. 두렵다거나 잔인해서가 아니라 최고로 싫은 유형이다. 등장하면서부터 눈앞이 깜깜했다. 앞으로 얼마나 이 개똥철학을 들어야할까. 짐작보다 말이 더 많았다. 상상 속에서 욕을 하며 1장을 읽고 책을 덮었다.
수다스러운 악의 얄팍함을 알고 나니 빌런에게 아무런 동정심도 공감도 없어서 가뿐하고 후련한 것은 장점이다. 빨리 잊고 싶은데 한동안 기억에 달라붙어 있을 정도로 작가가 창작한 인물이 대단했다.
또 다른 장점은 그 반대편에서 폭발을 막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들의 면면이다. 초능력자나 천재가 아니라서, 정의감이나 사명감에 불타지 않아서 좋았다. 현실 일상과 다큐에서 만날 불완전해서 완벽한 인간들이다. 이들의 매력이 덜했다면 완독 못 할 뻔.
그러니까 우리는 낙원을 만들지도 못하고 어려움이 닥치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자 고군분투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존재이다. 나는 엉망진창이 된 채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애쓰는 이들이 좋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 누린 것 모두 그런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다듬어진 것들이다. 한 번에 매끄럽게 손쉽게 얻은 지식은 한 조각도 없다. 우주시대가 열렸다는 오늘날에도 실패와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그래서 조잘조잘 타인의 약점을 실실거리며 공격하고, 주류 거대 담론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듯하지만, 무결점과 완벽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같지 않은, 현실도 사람도 모르는, 이해할 지능이 없는 빌런이 더 싫다. 뭐라도 노력해본 사람은 다 아는 것을 모르는 엉터리 xx.
결국 대단하게 떠들어낸 욕망의 정체는 참 비루하기도 하다. 이 모든 캐릭터들이, 내가 느끼는 반감과 격한 감정들이, 작가가 삶을 환기해보라고 보낸 메시지와 기회라고 여긴다. 누굴 실컷 미워했더니 좀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