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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3 ㅣ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계절마다 한국 문학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설렌다. 무척 낭만적이다. 계산적이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셔 조바심을 내며 사는 지라, 안전한 선택에 끌리는데, 이 책에서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무방비로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계절이 섞일 때쯤 습관처럼 기다리게 된 습관이 기쁘다. 매번 최애작을 정하고 응원한다. 때론 한 편만 고르기가 어려워서 더 즐겁다. 늘어나는 폭염과 집중 호우와 기후관련 여러 걱정이 상주하지만 행복한 여행이자 공감이었다.
“누군가에겐 물 밖이 물속과 같겠구나. 저는 우리가 물속이든, 물 밖이든 숨을 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류는 내내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왔는데, 일본 핵오염수만 왜 안 되냐고 묻는 이들이 꽤 많다. 바로 그 때문이다. ‘내내 버려왔기 때문에.’ 해양 오염원 90%가 육지에서 바다에 버린 것들이다. 물론 핵폐기물도 바다에 버렸다.
1950년대부터 방사성 폐기물은 물론 오염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바다였다. 농약, 비료, 대량 가축 사육장 쓰레기와 오염물, 양식장 오염물, 도시 오폐수, 선박 기름 유출, 이 모든 쓰레기들이 바다 오염과 대량 멸종에 책임이 있다.
물에 섞이거나 가라앉지 않은 쓰레기들은 하염없이 해루를 따라 떠돌다 쓰레기 섬이 되고, 그 크기는 아프리카 대륙 비슷하다. 지구생태계는 인간이 저지른 짓을 수습해오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기능들 중 대부분이 소멸되었다. 그래서 더 버리면 안 된다.
단일 사건은 사고라고 부르고, 재난은 서서히 누적된 점증적인 과정이다. 땅 속에 묻은 하수관을 통해 우리가 버린 것들, 오염시킨 것들이, 이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호흡하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으로. 물론 그전에 기후위기로 먼저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모든 과정은 가장 불평등한 방식일 것이다.
‘뇌’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인간은 그 뇌로 인해 멸종할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뇌는 인지한 위협을 완벽하게 무시하기도 한다. 예상되는 결과가 아직 멀다고 느끼거나 서서히 다가올 때. 행동 경로를 활성화하지 않는다.
인류가 수십 년 내에 극한의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명이 정상 작동하기 못하거나, 멸종을 겪으면, 수만 년 신호를 주고받으며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들의 신호가 우주를 떠도는 쓸쓸해서 죽을 것 같은 풍경을 상상한다.
생존했던 대부분의 시간에 전쟁을 일삼고 산 불평등한 문명, 지구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더럽힌, 스스로를 지적인 존재라 불렀던 생물종. 우리는 수익 창출과 안전 불감증과 여전한 빨리빨리와 외모 평가를 하며 죽어갈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