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한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 생물들과 인류의 미래
소어 핸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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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하는 체념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태양이 식을 텐데, 어차피 다 죽을 텐데, 어차피 또 해야 할 텐데, 어차피... 그런 사고의 흐름은 도움도 힘도 되지 못한다. 하나뿐인 현실인 지금, 여기, 일상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기후학자들조차 격변을 목격하고 놀라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다보면, 애써 모은 힘이 쭉 빠지는 무기력이 덮쳐오기도 한다. 노력은 해서 뭐하나 싶은. 이 책은 그런 기분과 인간에게도 기적적인 진화와 적응이 오기를 기대하는 간절함 그 양극단을 오가며 읽었다.

 

내가 만든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기분과, 전혀 아니라서 탈출할 수도 없는 심정. 인간은 인간이라는 결정적인 변수로 인해 스스로에게도 다른 생물에게도 재앙이 되었다. 호모사피엔스가 지적인 생물이라고 해서 좋았는데…….

 

이런 시절에 생물학자는 어떤 심정과 시선으로 연구할까가 무척 궁금했다. 따라다니며 만나는 처음 만나는 생물들이 신기하고 그래도 반가웠다. 가터뱀, 알멘드로나무, 방울금강앵무, 아프리카독수리, 아놀도도마뱀…….

 

인간은 사실에 대한 여전한 고집과 편견만큼 생물체로서의 변화도 늦을 거란 생각한다. 한 세대가 길기도 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물로서보다, 스스로 만든 문명 세계의 구성원으로 사는 일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생물들이 크기는 물론, 유전자까지 바꾼다는 생물학 지식에는 무척 놀랐다. 인간과 인간이 사육하는 동물을 제외하는 야생동물은 3%대이지만, 지구 생물의 85%가 변화 중이라는 숫자에는 더 놀랐다.




 

인간에게도 이 가소성plasticity’이 확실하게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인간의 적응 능력도 충분히 유연할까. 한 세대가 짧을수록 진화는 유리해진다. 이 모든 관찰과 이론이 맞다면 새로운 SF는 새로 조직된 생태계를 상상하는 작업이어야 할 것이고, 그 세계는 상상 이상, 기대 이상의 기적 같은 생존일 것이다.

 

생태계의 작동 방식이 생물종이 다양해서 다행이다. 단일종이자 우세종인 인간의 생존은 어쩐지 더 불투명해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떤 인간들에게는 이 가소성이 훨씬 더 잘 발휘되는 능력으로 장착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다른 생물이 진화하는 동안, 인간은 1만 년 전과 별 다를 바 없는 뇌로 살아간다. 인간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에 너무 골몰했나보다. 진화를 유발할만한 생활공간이 아니다. 그나저나 알래스카 회색곰도 이제 채식을 더 많이 한다는데…….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정확한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과 제안이 많아지길 바라고 응원한다. 부디 인간이 계산을 잘 할 수 있는존재이길 바란다. 지금 편이와 즐거움을 위해 치르는 비용을 바로 볼 수 있는 정도로.

 

새로운 과학 지식을 배웠는데, 결론은 뜻밖에 이전과 같다. ‘기대하지 않았던 기적 같은변화가 인간에게도 생기기를, 언제일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뭐든 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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