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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기록
윤영광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4월
평점 :
그림시집, 시화집이라니 어릴 적 최초의 시화전 방문이 생각났다. 동갑이라 친하던 육촌이 출품을 하였다. 학생들 전시회라서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한 공간에 모인 것도 신기했다. 서로 다른 교복도.
저자가 기록한 시절은 20대이다. 지금도 20대는 상대적으로 무척 선명하고 세세하게 기억이 난다. 그래도 기록은 많지 않다. 친구 중에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20대를 비상한 기억력으로 기억하는 이가 있다.
종종 모일 때면 궁금한 내 과거를 그 친구에게 물어보고 듣는 것이 무척 즐거웠는데, 그런 자리도 시간도 여러 해 전의 일이 되었다. 언젠가 뜬금없이 친구들에게 우리도 우리끼리 그림시집을 만들어보자고 해보고 싶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국어국문학과, 소설, 마케터로 취직. 역시 젊은이들이 내 세대보다 훨씬 더 용감하다. 내 세대의 이십 대, 저자의 이십 대, 그리고 우리 집 십대들의 이십 대는 어쩌면 접점하나 없이 다를 지도 모르겠다.
잠시 대학 강의를 할 때 만나본 이십대들이 어리고 빛나 보여서 더 조심하고 존중하려 노력했다. 수업과 무관한 대화에서, 으레 생각하듯 꿈, 연애, 학업에 대한 고민보다 부모에 대한 복잡한 심정 토로가 많아서 짠했다.
복잡한 감정들을 풀어볼 시도도 못하고 - 시간이 없으니 - 갑자기 어른 취급을 받고, 독립을 준비하는 상황에 들어섰으니, 고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안타까웠다. 상대나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고 대개 실패한다. 동기가 된 감정이 분노와 사랑이 혼합된 것이라면 더욱.
솔직한 내 생각을 그저 전할 수는 없었다. 어느 시기 딱! 자르듯 체념하고, 자신, 자신의 삶, 자신의 바람에 집중하라고. 수백 번 결심을 하고서도 여전히 잘하지 못하는 내가 말끔하게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래되고 깊은, 복잡한, 어려운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고자 탈진하는 일은 위험하기도 하다.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쉽게 해결이 안 되어 주저앉거나,그 시기에 할 수 있던 다른 일들조차 못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의 시에도 아픔, 방황, 도전, 실패, 이별, 사랑, 상처, 치유... 삶의 희로애락이 다 있다. 주어진 소수의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다 친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십 대의 사람들이 친구를 많이 만나길 바란다.
내 기억 속 풍경에는 늘 친구들이 함께였고, 완전한 타인에서 서로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이 성장이고 삶 자체였다. 나이가 들면 정말로 친구를 새롭게 사귀기가 어려워진다. 일상이 단조로워질수록 관계도 그렇다.
청춘은 친구라고, 친구가 있으면 정말 힘든 상황도, 펑펑 울면서도 삶이 견딜만해진다고, 다른 건 여전히 잘 몰라도 친구란 여전히 그런 존재일 거라고 희망 같은 당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