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엘리스 윌크 지음,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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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을 공부한 후 조형 예술 교사 자격들을 획득하고 12권의 어린이용 화집을 낸 원작가와,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로 처음 만난 이경혜 작가님의 협업이다. 책 자체도 아름답지만 협업한 분들을 만나 무척 반갑기도 하다.

 

요즘엔 내 속의 생각이 너무 시끄러우니 끌리는 책들의 표지가 우연이나 일치처럼 고요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잠든 모습이 그림이 되었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그를 많이 사랑하여 오래 보고 아름답게 재창조하여 기록한 사랑의 증표 같다고.

 

잠이 들면 달콤한 향이 주위에 떠도는 듯 사랑스럽던 아이들의 믿기지 않게 사랑스러운 얼굴을 살짝 만져만 보았지 그릴 생각은 못해보았다. 아쉬움이 철철 넘쳤다. 이제는 순순히 모델을 해줄 것 같진 않으니 옛적 사진들을 찾아보며 그려야할 지도.


 

그런 야심을 품고 선물 받는 이 아름다운 책의 내면을 펼쳐 보았다. 드로잉 스케북에 채색도 연습해본다. 천천히 그리고 채워서 형태를 갖추는 명상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강퍅한 내게도 삶의 여러 다른 면들을 좀 더 잘 볼 수 있는 시선이 늘어날지도 모르니까.


 

바로 그 순간, 순간, 순간만이 전부였는데. 온전히 살아간다는 건 몰입과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고, 지친 뇌는 대개 진짜로 살기에 저항했다. 살기보다 살아남기에 애쓴 시간이 더 많았다. 그 덕에 살아남았겠지만 꽤나 서글프다.


 

무엇을 보아도 뚫어져라 한참 보고, 아주 작은 물건과 자연의 조각들을 신비한 선물처럼 두 손 받쳐 들고 있던 아이들의 예전 모습들이 기억난다. 우주를 들여다보고 느끼고 있었을지 모를 순간들.


나는 모든 것 중의 작은 조각


너의 한 조각.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지.

 


조용히 흘러가거나


불쑥 나타나지...



 

성장을 부정하거나 안타까워하고 싶진 않다. 모든 순간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며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 그러니 이해는 대개 오해일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리 사랑해도 완벽한 타인들이라는 것을 배워서 조금 가볍고 조금 더 애틋하다.


 

앞으로 얼굴을 더 잘 봐야겠다. 표정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그 모습들에 한 존재가 경험하는 모든 삶이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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