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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82
이소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평점 :
이소호 시집과 소설을 배송된 그대로 두고 6월을 기다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혹은 잊었다. 도무지 봄 같지 않은 봄이 대개 짜증이 났다. 힘이 들었다. 차라리 여름 시작! 이라고 하는 숫자에 의지해보자, 그런 심정이었을 지도.
이 모든 얘기는 다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기억한다고 믿은 방금 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뱉은 거짓말을 다 기억하기 귀찮아서 거짓말 안 하는데, 거짓말이 당당 제목인 시집을 보니 통쾌해서 흉내쟁이처럼 글이 써진다.
당신,
홈home에 사나요
스위트sweet한가요
입만 열면 저토록 무지할 수가 있나 싶게 순수하고 천박한 거짓말을 뱉어내고, 문득 다시 보면 교묘하게 짜인 전략에 따라 뱉어내는 듯도 한 권력, 거짓 알람으로 새벽잠을 깨우며 노동자 시민의 머리도 때려 깨부수었다.
재난문자수신거부를 뚫고 들어온 위급재난문자는 거짓이었고, 아무도 하지 않았다니 말도 행위도 거짓이었고, 제게 권력을 위임한 주권자의 머리에 피가 튀고 흐르게 하기기 전 기회만 생기면 외쳤던 자유와 법치도 다 거짓이었다.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데 매번 놀라는 사람, 인간이 얼마나 섬뜩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잔인한 해코지를 손수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볼 때마다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라고 했는데(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덕분에 날마다 나의 미성숙을 목격하며 산다.
피곤하고 답답하고 짜증나고 화가 들끓는다. 휴식과 명상과 산책의 치료효과가 한 방에 날아간다. 이런 날, 봐주는 법 따위 없이, 직선으로 던져진 긴 창날처럼, 소곤소곤 조심할 것 따위 없이, 활짝 펼쳐진 고발장처럼 들리는 시가, 시인이, 시집이 있어 다행이다.
이 모든 고발이 일상일 뿐. 거짓말 같은, 거짓말이면 좋을.
망가지지 않기 위해, 폐허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망치지 않기 위해, 싸우기 위해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