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고 얇다정성스럽게 싸맨 고운 선물 보자기 같은 책이다그래도 묵직한 책이다생존 당사자의 증언으로 태어난 책이다다짐을 적은 책이다유가족 중 한 분이 돌아가신 소식을 들은 날이라 더 귀한 책이다.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보아도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같다일초라도 빨리 구조가 시작되었다면배 밖으로 다들 나오기 시작했다면그러니 유가영 저자의 친구처럼 다들 같이 나가자!”고 했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따위 무시했다면... 그런 말 따위 애초에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나오기 전에 잠시뒤에 남겨진 친구들의 얼굴을 돌아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쿡쿡 아리는 듯합니다친구들은 저를 어떤 얼굴로 보고 있었을까요.”


 

목소리만 큰 이들이 뭐가 지겨워서 지겹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화가 난다나이만 어른이라 부끄럽고 미안하고 화가 난다도움을 못 줄망정상처를 깊게 하고덧나게 한 온통 부끄러운 행태들이 당사자가 아닌 내게도 아직 역하다.

 

학교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지만 사실 누구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이상하리만치 잠을 자는 친구가 있는 반면어떻게든 공부를 해보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친구도 있었습니다저는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습니다.”


 

갖가지 망발에생존자와 유가족이 바란 적 없는 특례법에잇따른 비난에여전한 보도 경쟁을 일삼은 언론에... 그 폭력적인 각축장에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기자들을 피해 다른 곳에 내려 준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고 택시비를 받지 않은 기사분이 계셨다.

 

그리고 오래 치료와 치유와 상담을 이어가신 의사가 계셨다그 경험이 도움이 되어 저자도 비영리 단체 운디드 힐러를 만들었다좋은 일이고 응원만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던 여러 해가 지나고 이젠 울지는 않는구나 했는데다시 목이 아파온다.

 

아마 그 사고가 없었다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지도 모르죠그럼에도 저는 이 사람들을 만난 게 제 인생에 다시없을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사고로 많은 걸 잃었지만 또 얻은 것도 있을 테니 이 또한 그중 하나라고요.”


 

깊은 상처를 입은 생존자로서 차분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타인과의 연결과 연대를 고려해서 원하는 일을 만들어나가며제대로 독립하는 성장의 풍경이 눈부시다결국 생존자 유가영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더 구조했다덕분에 내내 어둡고 내내 아프지만은 않았다.

 

무엇을 한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요그래서 저는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처참했던 그때의 사고와 그 후의 지난했던 상황들을 기억해 내는 게 순간순간 버겁기도 했지만 노력했어요.”

 

손쉬운 도움만 건네는 어른이지만당신이 쓴 글을 읽는 것으로 함께 합니다필요 없다고 할 때까지 기억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