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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평점 :
남은 일요일은 유쾌한 미스터리와 함께 보냈다. 아기 엄마란 매일이 고된 삶인데 누군가 살인 의뢰를 했다는 설정이, 그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재밌고 신기했다. 살인 의뢰라는 익숙한 사건이 이 작품에서는 궁금해졌다. 뜻밖일 내용일 거란 기대가 컸다.
“아침 8시 30분.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여차하면 누구 하나 죽이고도 남을 만큼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다.”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에 대해.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
일요일이 다가는 시간에 만난 핀레이의 월요일 아침이 남 일 같지 않고, 오해와 오인으로 꼬여가는 삶이 숨이 찬다. 스포일링을 생각하면 자꾸 멈칫거리게 되지만, ‘오해와 성공’이라는 ‘큰 일 나겠네’ 싶은 조합이 기막히다. 진짜 어쩌다!
인간 능력을 극한으로 시험하는 시기 - 독박육아 - 를 감내하는 뜻밖의 주인공의 일상이 그 자체로 스릴러 같아서, 모든 묘사가 생동감이 넘친다. 가방 안에 부엌칼을 정신없이 주워 담기도 하는 일상이 이미 긴장감 가득이니 독자로서의 호흡도 꽤 가빠진다.
그래도 꿋꿋하게 책을 쓰는 주인공이 대단하다. 웃픈 유머들이 팽팽해진 긴장을 풀어준다. 상황 묘사도, 대화도, 혼잣말도, 혼자 생각도 안타까우면서도 그에 비례해서 너무 웃기고, 번역임에도 저자가 얼마나 영리하게 재밌는 문장들로 전개하는지 실감이 난다.
“누가 봐도 죽은 사람 같잖아요!”
엄마라서 혹시나 극심한 상실 - 아이들의 죽음 - 을 겪거나 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어둡고 극적이진 않다. 뭐 독박 육아가 세계 최강으로 눈앞이 깜깜한 일이긴 하다. 엄마의 인생은 이토록 극적인 계기 정도는 있어줘야 바뀌는 건가 싶어 조금 무섭기도 했다.
“여태 쓴 작품 중 최고예요. 살인자가 누구인지 궁금해 죽겠더라고요.”
내용 소개가 조심스러우니 이상한 변죽을 울리는 감상문이 되는데, 반전은 재밌고 - 특히 에필로그의 마지막, 캐릭터는 호감형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돈을 벌어야하는 독박육아 엄마에게 이입을 못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의뢰는 꼭 알고 싶은 깜짝 오픈 결말이자 시리즈물로서 매력적인 미끼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주인공의 삶을 열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릴 것이다.
“엄마는 돈 벌러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