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의 치유농업 - Cafe
이상명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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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나지만, 삶을 꽉꽉 채워 살고, 경험을 창작과 기록으로 부지런히 남기는 분이라서 여러 권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있다. 재능을 떠나 이 모든 놀라운 활동을 다 해낼 수 있는 체력이 부럽다. 등산과 록클라이밍을 통한 체력 관리도 프로이실 터.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귀어촌을 하는 이들이 내 주변에도 있었다. 가만 보니 어릴 적 농어촌에서 살았던 이들이, 혹은 가족이나 친지가 농어촌에 있는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결정하고 적응도 빨라 보였다. 당연한 일이고 그럼에도 무척 힘든 일임에도 많이 부러웠다.

 

비교적 일찍 환경 문제나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했지만, 내가 하는 거의 모든 공부와 행위는 관념적이다. 도시소비자로서 최대한 유해한 소비를 줄이고, 생활방식이 에너지를 덜 쓰는 것으로,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것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시간이 누적되다보면 이런 얄팍한 참여자도 쌓여가는 정보와 늘어가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조금 더 근본적인 관심이 생기고 고민이 많아진다. 정기 구독하는 레터는 여성농민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직접 실천하는 분들이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주체적이고 검소하고 씩씩하신지. 그분들의 생태적인 마인드는 존경할 점만 많다.

 

단번에 그 경지에 다가가긴 어려울 것이고,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젠가의 퇴사와 이사와 농사도 지어보는 삶을 상상하며 관련 분야의 여러 책들을 그때까지 꾸준히 만나보려한다.


 

오랜 세월, 많은 경험과 지도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들을 일요일 오전에 무해한 농산물로 가득한 카페에서 듣는 것처럼 읽었다. 문득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등장해서 눈앞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고민을 할 체력도 나이도 많이 남지 않았다는 자각이 더 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없다면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마음 편히 살고 싶다. 거듭되는 좌절을 맛보게 하는 함정들을 가려내며 사는 일이 피곤하다. 젊을 적에 문제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호기롭던 생각이 조금 민망하고 여전히 부럽다.

 

, 명예, 권력 이런 걸 진심으로 원했던 적은 없다. 워낙 불안 사회라서, 기대수명과 불가결한 생활비를 생각하면 계산이 복잡해져서 늘 고민했을 뿐이다. 어쨌든 한반도에 태어나서 이런 고민도 여전히 가능하다. 국토가 잠기고 실제로 사람이 사망하는 극한기후의 타격을 맞는 곳이 아직 아니라서.

 

의지로도 낙관하지 못하더라도, 도피도 체념도 포기도 아닌 여생을 살고 싶다. 그렇게 사는 풍경 속에 부끄러울 쓰레기는 적기를, 없기를 바란다. 여전히 내 계획은 관념 수준이지만 이 책 덕분에 한 발 더 그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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