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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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시간이 어려울까 했던 주 3일 읽기 모임은

때론 30분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9장까지 일독을 마쳤습니다.

 

아주 중요한 책이고 번역서라는 걸 잊을 만큼 잘 읽힙니다.

여기에는 제가 맡은 1장까지 필사한 내용 중 일부만 기록해 둡니다.

 

강간 없는 세계를 함께 고민하며, 많이 읽어주시길 바라는 책입니다.

조사도 제대로 되지 못한 5.18 성폭력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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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젠더(gender, 성별, 성의 구별, 성차)라는 사회적 모순 때문에 발생하는 범죄다. 젠더는 출산, 가족 제도, 친족 관계의 기반이며 모든 언어의 메타포로서 문명의 기본 조건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성폭력은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가치관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공간화(대상화)로 요약할 수 있다.”

 

성폭력은 아내에 대한 폭력(‘가정 폭력’)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가장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가장 피해자가 많은 범죄다. 인류 역사에서 이만큼 만연한 폭력임과 동시에 본질적(radical, 根本的)으로 인간성을 드러내는 역사는 없다.”

 

* 본문 표기 이루어고’ : 오타로 추정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으로 간주되기보다 적의 소유물로 여겨진다. (...) 제노사이드는 본디 성별화되어 남성은 죽이고 여성은 강간한다. 여성을 강간, 강제 임신시킴으로써 여성과 아이 모두를 국가의 확장으로 여긴다. 남성 문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자랑스럽고 간편한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이다.”

 

성폭력은 결코 단 한 건의 사건도 사회 밖에서, 역사 밖에서 존재할 수 없다. 동시에 사회와 역사는, 여성이라는 타자를 대표로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몸으로서 출발한다. (...) 젠더는 교차적, 횡단적trans, 교직적交織的, 메타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분야다. (...) 그만큼 성폭력 연구는 다른 어떤 연구보다 권력과 지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강간>>**에서는 성폭력을 참여자, 희생자 혹은 제삼자(유아, 아주 어린 아이들, 학습 장애가 심각한 사람들의 고통은 제삼자가 설명해주는 수밖에 없다)가 성폭력으로 인정한 모든 행위로 정의한다. 누군가 어떤 행위를 강간, 성적인 학대 혹은 성폭력이라고 말한다면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 <<강간 : 18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Rape : A History from the 1860s to the Present>>(2007)

 

전 세계에서 법은 무엇이 폭력적인 성적 행동인지 잘 인정하지 않는다. 법은 보통남성의 비행을 범죄화할까 두려워한다. 사법권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성범죄자가 현장에서 잡혀도, 범죄가 밝혀져도, 법정 판결이 얼마나 실망스러운지 거듭 모욕적으로 목격하는 현실. 현행법의 처벌 강도와 양형 기준과 감형 사유들과 더불어 법이 무엇을 보호하는가를 보여주는 문장들입니다.

 

차이의 벡터들 중 어떤 것이 본질적으로 부수적이어서가 아니라, 특권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차이를 열등한 것으로 만든다. 다시 말해서, 성 학대 희생자들이 겪은 유린은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치와 굴욕이 된다.”

 

성폭력 생존자임을 공개적으로 증언하는데 주된 장애 중 하나가 수치다. (...) 수치란 무엇인가? (...) 누가 어떤 짓을 했는가(어느 것이 더 죄에 가까운가)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희생자 - 생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보는가와 관련이 있다. (...) 수치는 여성을 포함하여, 다른 종속적이고 존중받지 못하는 자로 폄하당하는 사람들을 구성하는 과정의 일부다.”

 

수치는 대단히 정치적인 감정이다. (...) 성폭력이 자신과 공동체에 수치를 줄 것이라는 두려움은 그 어떤 실제 공격보다고 강력하다. 그렇게 때문에 성폭력은 유달리 효과적인 억압의 도구다. 성폭력은 괴롭힘을 직접적으로 당하지 않은 개인, 가족, 공동체까지도 공포에 질리게 만든다.”

 

강간과, 어머니와 자식에게 강간이 안기는 수치는 주요한 정치적 무기로 이용되어왔다. 강간의 수치는 섹슈얼리티와 존엄성 정치학의 지표다. 정치적 계급은 수치로부터 희생자를 보호할 큰 책임이 있다.”

 

수치는 피해를 경험한 쪽이 아니라 가한 쪽의 것이다. (...) 수치는 불의를 증언하며, 분노와 경멸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 희생자는 살아남았고, 강간이 없는 사회에 필요한 용기로 교훈을 전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 학대의 범위를 알림으로써 희생자 - 생존자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 존재를 가시화함으로써 피해를 준 쪽의 가치는 내면화하기를 거부한다. (...) 무엇보다도, 수치는 듣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 미래는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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