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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스미스
이시다 가호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평점 :
“화요일은 하체의 날이다.” 🦵
인상적인 첫 문장이다. 덕분에 오늘 소리 내어 처음 웃었다. 책 읽기 전에 108배라도 할까, 아니면... 나도 ‘화요일은 108배의 날이다’라고 정해버릴까.
오래 전 친구가 하는 스포츠도 보는 스포츠도 싫다고 하기에, 그럼 읽는 스포츠가 좋은 거냐고 놀렸다. 그리고 최근에 운동하는 장면을 읽거나 상상만 해도 운동 효과가 있다는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잘 지내고 있니, 친구.
주인공 U노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단련한다. 기상 후 헬스장에서 뛰면서 잠 깨고 샤워하고 아침 사서 출근하던 예전 직장인인 나와는 루틴이 다르다. 물론 집중력도 운동량도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멋지다.
“수행하기로 한 종목에 몰두하고, 그동안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않는 것, 또는 그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찾던 바였는지도 모른다.”
첫 문장도 그렇지만, 요일별로 몸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내용이 경험이 없음에도 엄청 재미있다. 묘사가 매력적이다. 다니는 동안 근력운동을 시키려 말을 걸던 트레이너에게 한번은 방법을 배워볼걸 그랬단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근력 운동이 부재하는 삶을 산다. 팬데믹에는 아파트 계단이라도 열심히 오르내렸는데 이제 산책 걷기만으로는 그 운동효과조차 사라졌다. 말랑해진 몸은 웃기만 해도 여기저기가 떨린다.
이 책은 영리하고 자연스럽게 운동을 권유한다. 읽는 동안 문득 끌리고 홀렸다. 무엇보다 무아지경으로 몰두하고 단련하는 일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도피하는 대신 근력운동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인간의 눈은 일단 큰 것부터 포착한다. (...) 원래 보디빌딩이라는 대회 자체가 ‘커지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에세이도 아니고 가이드북도 아니다. 소설답게 주인공은 복잡한 역학이 작동하는 세계에 진입하여 복잡한 심경을 맛본다. 목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서는 머물 수 없는, 탄탄하게 조여드는 엄격과 세련된 사업 프로들의 세계.
“일부러 웃고, 쉴새없이 우아한 포즈를 취하고, 큼지막한 액세서리를 달고, 가부키 배우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그런 건 그러니까, 근육이랑은 상관없잖아요?”
“우리는 이해가 잘 안가는 심사 기준에 일희일비하고, 우왕좌왕하고, 종종 반기를 드는, 분주하기 그지없는 오소리들이다.”
‘나’가 걸어가는 길의 도착점이 과로도 상처도 아닌 안도와 즐거운 몰입의 장소이길 바랐다. 규칙과 방식이 강제되는 건 지긋지긋하다. 간섭이라면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찾으라는 응원으로 충분하다.
책은 다 읽었고,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존을 위한 운동량을 조금 더 늘려야하지 않을까. 스미스와 함께 운동하고 계신 혹은 용감하고 멋지게 새로 시작하신 모든 분들의 즐거운 수행을 힘껏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