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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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미래를 걱정할 시기를 놓쳤을 지도 모른다. 빙하는 믿기지 않을 만큼 녹았고 제트기류는 어디까지 내려올지 모르고 역대 최고로 뜨거워진 해양은 당장 올 여름에 어떤 격변을 야기할지 모른다.

 

작품들 속 미래가 전하는 기시감에 체온이 서늘하게 내리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으로서의 무기력함에 사고가 증발할 듯도 했다. 가방 속 장바구니와 텀블러는 그럼에도 결코 ‘0’이 아닌 노력의 값으로 계산될까.


 

<Don't look up>에서처럼 절멸 시간을 아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 유예된 사과를 감사를 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쩌면 실컷 웃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정말로 그렇게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한 지’, 물리법칙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결정과 선택은 허구이자 신화인지, ‘삶의 모든 사건이 이미 글로 써진 것처럼 정해진 것인지, ‘이 모든 사건과 공간이 뭔지답을 나도 알고 싶어서 먼 하늘을 한참 바라보았다. #곽재식 #얼어붙은이야기

 

사한, 현금, 절요, 갈앙, 비의, 사박스레, 현명... 한자어 표기를 통해서 생소한 단어들의 뜻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구병모 어휘들해빙 아래 거의 모든 땅이 잠기고남은 이야기 속 세상을 낯설고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실체적이고 생생한 묘사에 빠져드니 오늘 내가 사용한 현실의 에너지양이 미래를 불쏘시개 삼아즐긴 위험한 빚처럼 무거워진다.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온도를 높이는 인류는 계속 더 먹기 위해 절멸을 결국 외면할지도.

 

과거인지 미래일지 모를 세계에서도 우선 타인에게서 필요한 것을 빼앗고 보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누군가 처음 하게 될까. 이 모든 건 어리석고 뜨겁게 반복될까. 송홧가루에 흐려진 석양을 보는 눈이 쓰라렸다. #구병모 #채빙

 

살기 위해 죽은 자를 먹는일도 추위가 사람들의 사고 능력을 얼려 버린세계에서 견디는 삶도 괜찮지 않아 보여서, 씹고 있는 게 얼음이고 얼음이 아니라서 고인 눈물이 뜨거웠다. #남윤하 #얼음을씹다

 

순식간에 광기로 넘어가는애정‘, ‘지성체가 아닌인간‘, ‘구제할 길 없이 엉망진창인 해맑고 어리석은 사람들, ‘주변을 다 더럽히고 망치는인간... 귓속에서 속삭이는 비난 같은 고백이 들린다. #박문영 #귓속의세입자

 

우정이 희망일지 몰라, 했던 바람이 이루어진 삶이 지극히 슬퍼서, 조금 울었다. 인간의 이런 점이 인간을 사랑하게 하는데, 왜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냐고 한편 따져 묻고 싶게 만든다. 신성神聖한 우정이다. #연여름 #차가운파수꾼


 

살린 목숨보다 죽인 목숨이 더 많은 건 의사나 수의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그렇다. 판단과 해석은 대개 위선적이다. ‘소량으로 편안하게죽인 모든 순간이 깊은 상흔이 되어, 모든 것을 잃고 공허하고 텅 빈 눈을 갖게 된다.

 

석양도, 달도, 하늘도 자주 잊고 문득 기억하는 삶을 산다. 지금 여기가 언제 어디인지 모를 순간들이 명멸한다. “웃음과 눈물은 종을 관통한다. 그 묵언의 메시지는 어떤 언어보다 오래되었다.” #천선란 #운조를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이 처절하고 간절해서 읽고 난 며칠을 생각의 허방을 디뎠다. 모든 경고와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는 불안한 울음의 기도를 올린다. 뜨겁고 서늘한 이 책의 표지 실물이 궁금해서 갈증이 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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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s: Adam Rif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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