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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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이지 않아도 향기롭다

레몬그라스가 흐리고 무거운 공기를

잘 가르고 내 안에 도착한다

 

헛웃음이 나올 만큼 피곤했는데

가만 옆에 등을 대고 누우니 좋았다

천천히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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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엄마가 불러도

깨지 않고

 

아빠가 흔들어도 깨지 않고

모두 그렇게 떠나고 나면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좋겠다

 

물방울이 풀잎에 구르는 소리

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이불 속에서 듣다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 나무 밑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면 좋겠다

 

빛을 안고

뿌리를 뻗으며

 

오래 평화롭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잠에서 깨어나면

여전히 한낮이었으면 좋겠다

 

온 가족이 모여 내 침대를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오후의 빛 속에서

 

잘 쉬었어?

오늘 기분이 어때?

 

내게 물어보면 좋겠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 ‘백 살이 되면전문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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